[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뚜벅뚜벅, 차분하게, 꼼꼼하게.'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개혁 관련 입장을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이다. 기존의 뚜벅뚜벅에 지난 7일 담화문에선 차분하게, 꼼꼼하게가 더해졌다.

각각의 표현을 따져보자면 부작용은 없을 것만 같다. 뚜벅뚜벅에선 당사자 저항이 있어도 개혁을 완수하겠단 의지가 엿보이고, 차분하게나 꼼꼼하게는 정책 추진 태도 관점에선 단점을 찾기 쉽지 않은 단어다.

그러나 의료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현장을 보자. 뚜벅뚜벅 걷는 정책에 미래에 대한 기대를 잃은 젊은 의사들은 현장을 떠났다.

3000여 명이 배출돼야 할 내년 의사는 360여 명, 10%대에 불과한 인원만 배출된다. 내후년엔 달라질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전공의와 의대생을 아우르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 신입생도 같은 스탠스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인력 10% 정도를 차지하는 전공의 역시 자리를 떴다. 이들은 1, 2차 병원에 자리를 잡기도, 쉬거나 해외 의료인력이 될 준비를 하기도 한다. 정부가 기존 의료체계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것처럼 이들도 기존처럼 당연한 듯 전문의를 취득하는 현상에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그들은 이미 계산을 끝냈다, 여기도 이미 계산이 끝났다'며 젊은 의사가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을 예고하기도 했다.

의료개혁 부작용은 대다수 아프지 않은 국민은 체감하기 쉽지 않다.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아야, 혹은 기존에도 찾던 환자여야 불편과 고통에 직면한다.

그렇다면 환자 단체는 뚜벅뚜벅 걷고 있는 의료개혁으로 인한 현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7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여야의정 모두를 질타했다. 8개월이 넘게 지속되는 의료공백을 겪는 국민과 환자에게 여당과 야당, 의사단체와 정부는 모두 공동정범과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의료현장은 남은 의료인력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운영하는 방식으로 조정됐고, 그 과정에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제때 치료받지 못하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여야의정협의체 핵심은 의대정원 조정일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기대할 것이 없다"며 "국민과 환자가 원하는 것은 생색내기용 협의체가 아니라 사태 해결을 위한 각각의 노력과 협력"이라고 꼬집고 있다.

국민들은 기존 의료체계에서 대단히 잘못된 점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불확실성 속 혼돈을 겪는 의료체계 현주소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뚜벅뚜벅 걷는 의료개혁 걸음은 주체인 정부도 현장 당사자인 의료계도 환자도 모를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 걸음 끝에 무엇이 기다릴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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