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만은 전 세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이슈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어찌 보면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전체 비만 유병률은 1998년 전체 26%에서 점차 상승해 2023년 37.2%에 달했다.
특히 비만은 여성(27.8%)보다 남성에서 더욱 심각하다. 국내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45.6%로, 2명 중 1명이 비만인 셈이다. 이는 해외와 비교해 봐도 매우 높은 수치. 해외 선진국 남성 비만 유병률은 캐나다 26.7%, 영국 27.0%, 프랑스 13.5%(2019년 기준)에 그친다.
물론 우리가 이렇게 높은 까닭엔 이유가 있다. 국제적으로는 체질량지수(BMI) 30을 초과할 때 비만으로 분류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저주받은 췌장' 때문이다. 한국인의 췌장 크기는 서양인보다 약 12.3% 작고, 췌장 내 지방 함량은 서양인보다 22.8%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포도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슐린 분비 기능은 36.5% 낮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우리나라 사람과 서양인이 같은 BMI를 기록하더라도 대사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현행 BMI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의학계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비만에 대한 국내 인식은 낮다. 미용적으로 바라보거나 개인 의지 문제로 치부해버리기 때문이다. 질병이라는 인식을 갖고 공중보건적인 의제로 다루기보단 비만 치료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셈이다.
문제는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비만율은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가난할수록 건강한 식품은 가격이 높아 저소득층이 접근하기 어려운 반면,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는 저렴해 쉽게 선택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연구에서도 공통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만 치료에 대한 형평성과 접근성 얘기를 꺼내고 싶다. 현재 GLP-1 제제는 혈당 조절뿐만 아니라 체중 감량,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까지 있어,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에선 월 수십만원 대의 높은 가격 때문에 엄두조차 못내는 형편이다.
실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약을 쓸 수 없으니 건강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일부 급여를 논의해볼 시점이 아닐까 싶다.
비만과 당뇨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만 해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심혈관질환, 신부전, 망막병증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치료 미비로 인한 생산성 저하, 조기 사망, 의료비 증가 등 문제를 고려하면, 일부 저소득층에 대한 보험 적용은 분명 장기적으론 국가적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만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비만은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