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그래서 의협 입장은 뭐래요?"

최근 국회는 물론, 의료계에서도 대화를 하다 보면 나오는 말이다. 의료사태나 의협 얘기가 나오면 해당 질문이 등장한다.

의협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다. 집행부 출범 직후 24·25학번 의대 교육 마스터플랜을 보고 의료사태 관련 입장을 내놓겠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정부가 의대 정상화 계획을 발표하자 교육이 불가능하단 입장은 견지했고, 의료 정상화를 위해선 의대정원 논의론 부족하니 의료개혁과제 논의를 중단하고 공론의 장으로 옮기잔 입장을 더했다. 아울러 진솔한 사과와 함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해달라는 주장도 함께 했다.

이는 정부가 7500명 교육 불가를 인정하는 것이 대화 출발점이란 입장으로 풀이된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대화와 요구를 남발하지 않는 강경 스탠스도 전략일 수는 있다. 협상장에 이대로 들어가도 회원이 만족할 만한 결과는 못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데, 의료계 공통된 인식을 바탕으로 한발이라도 우위를 점할 기회를 굳이 놓고 갈 필요가 있을까.

지금이 3월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의협 입장이 뭐냐'는 질문도 없었을 수 있다. 지난 1월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만남이 의도치 않게 알려지자 유감을 표명했던 것처럼, 최근 대회원 서신을 통해 언급한 '하루도 쉬지 않고 만나야 할 모든 이들을 만나며 밤낮없이 해결을 위해 뛰고 있다'는 말처럼, 전공의 의대생을 품은 집행부가 그들의 의견을 들으며 물밑에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찾고 있겠거니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3월이다. 전공의는 입대 문제가 실현되며 특례로도 구제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고, 이번엔 의대생들이 2년차 휴학 투쟁 기로에 섰다. 전공의와 달리 면허도 없는 이들은 평생을 바쳐 얻은 의사 면허 취득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 앞에 서있다.

사태를 야기한 일차적 책임은 무리한 정책을 당사자와 논의 없이 밀어붙인 정부에 있다는 점은 외부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의료계 일원이 사직이나 휴학으로 투쟁하고 있고, 기로에 서서 고민하고 흔들린다면 대표 단체로서 적어도 방향은 제시해야 한다.

개개인 선택을 존중하겠다거나 의견 다양성을 이해한다면서도 상황은 투쟁을 시작할 당시와 달라진 게 없다는 식의 모호한 발언이 아닌, 분명한 방향 제시로 회원 의지를 묶어야 하는 게 대표 단체로서 역할이다. 전공의와 의대생을 품었단 점을 강점으로 평가받아 출범한 집행부라면, 최소한의 바로미터는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게 의협 역할론을 제기하는 이들의 지적이다.

모호한 스탠스를 취하다 정말 의대생 복귀가 시작되고 대오가 흔들리면 의료개혁 저지란 투쟁에서 구상 중인 다음 패는 뭔가. 반대로 미복귀로 대규모 제적이 실현되면 면허도 없는 그들의 피해는 보전할 수 있나. 의협은 이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의협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내포하고 있는 물음이다.

"그래서 의협 입장은 뭐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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