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미국 정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정책으로 과학계 인재들이 대거 이탈 조짐을 보이면서, 전 세계가 인재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유럽과 캐나다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미국 과학자들에게 직접 채용 제안을 보내는 가운데, 한국 역시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전략을 강화하며 바이오헬스 산업계에 세계 수준의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결정적 타이밍'을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4대 핵심 목표를 담은 구조조정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HHS는 약 1만명의 정규직 인력을 감축해 연간 18억달러의 예산을 절감하고, 28개 부서를 15개로 통합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슬림화를 추진한다. 이는 현재 8만2000명 수준인 정규직 직원 수를 6만2000명으로 줄이는 수준이다.
또한, HHS는 만성 질환 대응을 위한 새로운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환경 독소 제거, 깨끗한 물 공급, 건강한 식품 보장 등 공공 건강을 중심으로 조직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와 같은 필수 의료 서비스는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산 삭감의 여파는 연구 현장 곳곳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3일 한국바이오협회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가 미국 과학자 독자 1650명을 대상으로 이번 일자리 및 예산 감축으로 미국을 떠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를 인용, 응답자 중 1200명 이상이 유럽이나 캐나다로의 이주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해당 설문조사에 따르면 특히 초기 경력 연구자들 사이에서 이탈 가능성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사과정을 수료한 대학원생 690명 중 548명이, 현재 박사과정 중인 340명 중 255명이 퇴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 교수는 "내 실험실과 학생들을 최대한 지키고 싶지만, NIH의 예산이 급격히 삭감된다면 미국에 남을 수 있는 선택지는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유럽으로 이주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지원서를 내고 있으며, 이미 가족·지인·언어 등 익숙한 환경을 고려해 거처를 옮길 준비를 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미국의 인재 유출 사태를 '세기의 기회'로 간주하며 적극적인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유럽과 캐나다 대학 및 연구기관들은 인재 유치를 위한 채용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미국 출신 연구자에게 직접적인 제안과 채용 면접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2월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첨단산업 분야의 우수 해외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해외인재유치센터'를 개소했으며, 뉴욕·실리콘밸리·런던·싱가포르 등지에서 채용박람회 및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미국 주요 연구기관이나 정부기관 출신 인재들이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계에 유입된다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선진 기술을 내재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세계 수준의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결정적인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