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1기 사업을 종료한다.

국산 의료기기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함께 뜻을 모아 2020년 5월 출범했다.

2025년까지 6년간 투입된 누적 사업비만 총 1조1971억원(국비 9876억원, 민간 2095억원)에 달할 정도로 정부 주도 대형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띈다. 이를 통해 사업단은 국산 의료기기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 기업의 의료기기 인허가부터 투자유치 중개, 임상적 유효성 입증을 위한 임상시험까지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면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계 최초(드 노보, De Novo)' 승인을 받은 리센스메디컬 안과급속냉각마취기 '오큐쿨'이나 국내 최초로 연속혈당측정기(CGM) 상업화에 성공한 아이센스 '케어센스 에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사업단은 경도인지장애환자 디지털치료기기(DTx)인 이모코그 '코그테라'나 MRI 촬영 시간을 최대 절반 이상 단축시키면서도 영상 품질은 유지·향상시킬 수 있는 에어스메디컬의 'SwiftMR'의 상용화를 도왔다.

메디컬아이피 또한 자사 AI 기반 체성분 분석 소프트웨어 '딥캐치(DeepCatch)'를 중국 북경현화의학원에 지난 4월 납품하는 등 사업단의 '보이지 않는 손'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사업단 지원이 없었다면, 제품 상용화 시점은 더욱 늦춰졌을 거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의료기기 산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다품종 소량생산인 산업 특성상 제대로 된 제품을 개발하기만 한다면, 글로벌적으로 '베스트 인 클래스(Best in Class)'를 달성에 있어 유리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국내 대표적인 수출주도형 산업으로까지 성장할 잠재력도 높다.

그럼에도 국내 의료기기 산업 토대는 여전히 미약하다. 제품 기술력이나 글로벌 네트워크 측면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 대비 개발 역량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세계 9위 수준 규모지만, 세계 20위 안에 드는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는 현재까지도 전무하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해선 2기 사업단 연장이 필요하다. 과학기술 발전 속도는 정부 육성 의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국 사례를 꼽고 싶다. 중국 바이오텍들은 글로벌 체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중국 정부 주도하에 자국 바이오 기술에 지속 투자한 덕분이다.

중국은 20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대학연구 비중과 정부 펀딩을 지속 확대했다. 이런 성과는 최근에 들어 기술 수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글로벌 빅파마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최근 중국 바이오텍에 투자한 투자액만 해도 무려 80억달러가 넘을 정도다.

대통령 선거로 인해 국가 주도 중장기 사업 향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국정 운영에 대한 정치 논리가 정책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 주도 R&D 프로젝트만큼은 연속성 있게 나아가야 한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이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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