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특위는 19일 성명을 내고 "이번 시범사업은 과학적 검증 없이 국민을 대상으로 무책임하게 추진되는 의료 실험에 불과하다"며 "의료체계 왜곡과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16일부터 2027년까지 '의·한 협진 활성화를 위한 5단계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업은 2016년부터 이어져 온 의·한 협진 시범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총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약 1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됐다.
한특위는 "그간의 협진 시범사업은 한방에서 의과로의 의뢰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의과에서 한방으로의 의뢰는 극히 드물었다"며 "실질적인 상호 협진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상적 유효성, 안전성, 비용효과성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본사업 전환을 전제로 시범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의료의 과학성과 책임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특위는 의사와 한의사는 면허 체계, 진단 원리, 치료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한의약 보장성 강화'라는 정책 목적만으로 협진을 제도화하는 것은 중복진료와 진료 혼선을 초래할 수 있으며, 진료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조차 모호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협진 구조는 건강보험뿐 아니라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중복청구 및 재정누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검증 없이 사업 확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특위는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돼 있는 만큼 비용효과성과 의학적 타당성을 기반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필수의료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입증되지 않은 의·한 협진에 급여를 적용하고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낭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특위는 본사업 전환에 앞서 반드시 ▲시범사업의 임상적 유효성, 비용효과성, 환자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객관적 평가 ▲건강보험 재정 영향 및 환자 본인부담 증가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형평성 확보를 위한 정책 대안 등의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번 사업이 관련 학회나 전문가 단체들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언급했다. 이 같은 정책 강행은 향후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국민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한특위는 "의료는 과학적·의학적 근거에 기반해야 하며 의료정책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협진이라는 이름 아래 무책임하게 추진되는 시범사업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특위는 시범사업의 중단을 촉구함과 동시에 대한한의사협회, 보건복지부, 환자단체, 보건의료 전문가단체 등과 함께 협진의 과학적 근거, 제도적 정당성, 건강보험 재정 영향 등을 검토하는 공개 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