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개원의협의회가 공공 전자처방전 전달 시스템 도입을 정면 비판하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대개협은 성명을 통해 최근 비대면 진료 확대와 함께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 강한 우려를 표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정책이 국민 건강 증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고 환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안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전자처방전 시스템은 환자의 민감 정보를 중앙 서버에 저장하고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해킹이나 시스템 오류로 인한 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대개협은 "임신, 출산, 낙태와 같은 민감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환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최근 대형 민간 기업에서도 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된 점을 들어 공공 시스템의 보안 취약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보안 책임을 강조하더라도 실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환자 동의 절차 또한 미흡해 자기결정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대개협은 처방전이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의사의 임상 경험과 전문성이 집약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지적재산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개협은 "시스템에 축적된 처방 데이터가 무단으로 수집되거나 분석될 경우 의사의 지식 자산이 침해되고, 이 정보가 상업적 용도나 의료 경쟁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이러한 시스템은 의료인의 처방권을 약화시키고 진료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으며, 나아가 처방 행위를 감시하거나 통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만약 비급여 의약품 처방에까지 시스템이 개입할 경우, 의료기관의 자율성과 환자의 진료 선택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효율성과 의료 생태계의 혼란 가능성도 제기했다. 대개협은 공공 전자처방전 시스템 도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종이 처방전 대비 명확한 비용 절감 효과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개협은 "시스템이 의료기관, 약국, 환자 정보를 중앙 서버에서 실시간 연동하는 구조인 만큼, 특정 직역에 유리하게 설계될 경우 진료와 조제의 경계가 흐려지고 중소 약국은 생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대체 조제가 확산되면서 성분명 처방이 일반화될 수 있으며, 해당 시스템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결합될 경우 대형 자본에 의료기관과 약국이 종속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개협은 이러한 흐름이 결국 성분명 처방 의무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약물 오남용 방지, 복약지도의 투명성 강화, 약가 절감이라는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진료의 다양성을 축소하고 의료인의 권한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개협은 "AI가 수술까지 하는 시대에 단순 조제·복약지도를 위한 시스템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실제 국민 건강 향상이나 의료비 절감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대개협은 "개인정보 보호 대책, 지적재산권 보장, 진료 자율성 확보, 그리고 의료계·약업계·환자 단체와의 충분한 협의 없는 정책 추진은 용납할 수 없다"며 공공 전자처방전 도입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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