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풍경.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13조원 규모로 추진 중인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사용 가능해지면서, 의료계는 이를 진료 회복과 의료 접근성 향상의 계기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보톡스, 필러, 리프팅 등 비급여 미용 시술에 쿠폰을 활용한 마케팅이 성행하면서 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기자가 최근 방문한 서울 시내 한 피부과 입구에는 '민생소비쿠폰 사용 가능, 시술 시 추가 할인'이라는 문구가 적힌 입간판이 설치돼 있었다. 해당 의원은 블로그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리프팅 시술 패키지 10% 할인, 쿠폰 결제 가능'이라는 홍보도 병행하고 있었다.

또 다른 의원은 '잡티, 기미, 주사 치료 등 보험·비보험 시술 모두 사용 가능, 현장 이벤트 진행 중'이라는 문구로 쿠폰 사용 가능성과 할인 혜택을 동시에 강조하며 환자 유치에 적극 나선 모습이다.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이렇게 '쿠폰 사용 + 할인 제공'을 결합한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미용 시술 수요와 제도 적용 범위의 틈새를 파고드는 방식으로 판촉에 나서고 있다.

민생소비쿠폰은 소상공인 매출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정부가 추진한 소비 진작 정책으로, 지역사랑상품권 및 카드 포인트 형태로 지급된다.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의원급 의료기관도 사용처에 포함되면서 진료, 검사, 치료 등 의료서비스에도 쿠폰 활용이 가능해졌다. 잡티나 여드름 같은 피부질환 치료는 물론, 외모 개선 목적의 시술까지 시스템상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급여 항목 전반으로 소비가 확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비쿠폰 정책이 코로나19 이후 내원이 줄어든 의원급 의료기관에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내과, 산부인과, 건강검진센터 등에서는 진료나 검사를 미뤄왔던 환자들의 병원 방문이 다시 늘고 있다.

강서구 B 산부인과 개원의는 "산부인과 진료는 특성상 더 망설이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 기회에 '나를 위한 소비'로 생각하고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다"며 "병의원 입장에서도 진료 유인 효과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건강검진센터를 함께 운영하는 C의원 관계자 역시 "검진을 계속 미뤘던 분들이 이번 쿠폰을 계기로 병원에 방문하고 있다"며 "진료비처럼 부담이 큰 항목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들이 비급여 시술에 쿠폰을 결합해 할인 마케팅까지 병행하는 현실은 제도 도입 취지와는 방향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민생소비쿠폰의 사용처 및 매출 요건 등을 명확히 안내하고 있지만, 활용 방식이나 의료기관의 마케팅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선 의원에서는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다양한 형태의 시술 패키지를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고가의 비급여 약제인 비만 치료제 '위고비' 처방도 소비쿠폰 결제가 가능한지 묻는 환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의원은 위고비 처방이 가능하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쿠폰을 주요 홍보 수단으로 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강남구 소재 피부과 원장은 "예전엔 여름철이면 보톡스나 레이저 등 시술 문의가 많았다면, 요즘은 '쿠폰으로 결제 가능한가', '할인도 되느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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