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며 개원가의 진료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수명이 길어지고 '건강할 때 병원을 찾는 노인'이 늘면서 동네의원도 진료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단순한 질병 치료를 넘어 건강검진, 예방접종, 항노화·영양 상담까지 아우르는 진료가 확대되며, 일차의료 현장은 고령화에 대응하는 '생활 밀착형 건강관리 거점'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변화는 건강검진 기능의 강화다. 과거에는 국가건강검진을 부수적으로 시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종합검진센터처럼 초음파실, 골밀도 검사실, 체성분 분석 장비 등을 갖춘 의원이 늘고 있다.
검진 항목도 고령층에 맞춰 다양해지고 있다. 혈액검사 외에 심장·복부·갑상선 초음파, 영양 분석 등 맞춤형 검진 패키지를 구성하고, 이후 생활습관 상담이나 약물 조정으로 연계하는 구조도 자리잡고 있다.
예방접종 역시 일차의료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폐렴구균, 대상포진, 독감, 코로나19 등 고령층 대상 감염병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기적인 접종을 위해 의원을 찾는 노인이 많아졌다.
일부 의원은 접종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연령과 기저질환에 따라 개인별 접종 일정을 안내하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진료의 일부가 아닌 하나의 서비스로 정착하는 흐름이다.
또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수요에 발맞춰, 항노화·영양 중심 진료로 영역을 확장하는 의원도 늘고 있다. 혈액검사나 체성분 분석을 통해 비타민·미네랄 결핍, 근감소, 만성 피로 등 노화 관련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맞춤형 영양 처방, 수액 치료, 운동 상담 등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서울 강서구의 한 내과 관계자는 "요즘은 영양 상담이나 수액만 받으러 오는 70~80대 환자도 많다"며 "노인 스스로 건강을 챙기려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개원가는 초고령사회에 발맞춰 진료 형태를 다변화하고 있지만, 모든 변화가 의료 본연의 가치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노인 환자 비중이 커지면서 일부 의원에서는 비급여 중심의 과도한 진료나 편법적 유인·알선 행위가 고착화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비급여 진료를 활용한 '검진+주사+접종' 패키지 마케팅이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과도하게 이뤄지거나, 급여 항목과 비급여 이벤트를 교묘하게 엮어 유인행위로 악용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기준일보다 앞선 예방접종을 미리 시행한 뒤, 기준일에 맞춰 소급 청구하는 식의 편법도 있다. 그러나 현행 면허관리 체계로는 이 같은 행위를 제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노인 진료를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관리 사각지대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가 일부 개원가에서 반복되고 있다"며 "이런 구조는 정부의 단속도 어렵고 환자 스스로 인지하기도 쉽지 않다. 진짜 진료와 마케팅이 혼재된 애매한 지점에서 의료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