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서 연령만 다를 뿐 청소년 남성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오면서다.
특히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여당과 야당 간사가 나란히 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한 점, 집권 초기인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도전 과정에서 두 차례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점은 기대감을 더한다.
그러나 아직도 파란불이 들어왔다고 판단하긴 이르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HPV 남성 접종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21대 국회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법안이 발의됐으나, 심사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폐기됐다.
결국 문제는 재정이다. 21대 국회에서 나온 검토보고서에는 담당 부처인 질병관리청 신중검토 의견이 담겼다. 비용효과성을 비롯한 우선순위 등을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지난해 예산 증액 과정에서 국회는 남성 접종 확대를 위한 예산을 편성했지만, 최종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당시 편성된 예산은 280억원 정도다.
재정 논리에 발목을 잡힌 사이 대한민국은 그렇게나 싫어하는 OECD 꼴등이 돼 가고 있다. OECD 38개 국가 가운데 여성 HPV 접종만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뿐이다. 최근까지 4개 국가가 여성만 접종했지만, 대만 등 후발 국가도 남성 접종 확대를 시작하기로 하면서다.
전문가들은 남성 접종 확대는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HPV 메커니즘 자체가 성을 매개로 하는 만큼 여성 접종으론 예방이 어려울 뿐더러 집단면역 형성도 요원하다는 설명이다.
재정 문턱에서 주저하는 사이, 대한민국이 OECD 최하위란 타이틀을 가져왔다. 집권 초기 대통령 공약에 더해 소관 상임위 여야 간사 법안 발의, 여당 제안 신속 처리법안 포함까지 이뤄졌다. 반복되는 공약 속 이번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