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현장 목소리를 듣는 '바이오 혁신 토론회'가 'K-바이오, 혁신에 속도를 더하다'를 주제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엔 대통령, 정부 부처 공무원, 제약·바이오기업 임원, 학계 관계자, 국회의원이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제약·바이오업계는 토론회를 통해 여러 측면에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외쳤다. 이날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바이오시밀러 국내 보급률이 낮고 보급 속도가 느리다며, 이를 개선할 대책이 나오길 바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대해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약효가 동일한데 오리지널 처방이 많은 건 비공식적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라며 "근본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힘이 들더라도 빨리 풀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현재는 약가 제도와 관련해 대체 처방 등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의사들 사이에서 오리지널에 대한 선호가 있는 게 사실인데, 약가 제도를 개편할 때 이 부분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바이오시밀러 보급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오시밀러 3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문을 열였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미국이나 유럽 규제기관들과 실무 그룹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달 안으로 민관협의체를 발족해, 바이오시밀러 3상을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간소화하는 것을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이같이 의약품 보급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정부 부처가 같은 날 배포한 'K-바이오 의약산업 대도약 전략'에도 담겼다. 정부는 해당 자료에서 바이오시밀러 3상 요건을 완화하고, 허가 심사 전담팀을 꾸려 신속하게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신약 허가 수수료 상향 및 허가 심사 기간 단축 연장선에 있다. 식약처는 올해 1월 1일부터 신약 허가 심사 수수료를 4억1000만원으로 높이고 허가 심사 인력을 늘려 심사 속도 상향을 추진했는데, 이를 바이오의약품까지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허가 심사 기간 단축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내며, 제약·바이오업계에 기대감을 심어줬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허가 심사 수수료를 높이고 해당 재원을 활용해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심사 속도를 상향하는 데 공감한 바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식약처 허가 심사 인력과 예산을 늘릴 생각"이라며 "업계가 심사 기간에 대한 피해가 큰 것 같아서, 허가 심사 기간을 전 세계에서 가장 짧게 획기적으로 줄여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학계 관계자, 제약·바이오업계는 허가 관련 규제 혁신, 위탁개발생산(CDMO) 특별법 제정, 의약품 시험검사기관 지정 등 여러 주제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전자 치료제, 줄기세포 치료제 등 연구가 이전보다 활성화됐다면서도 관련 시장을 열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특정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정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는 재생의료 분야 특정 적응증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없이 사용될 수 있도록 승인했다"며 "한국도 전향적으로 지역별 규제 특례 전환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규제 방식의 변경이나 규제 완화, 합리화 부분에 각별한 관심을 두겠다"면서 "예를 들면 국민 안전에 위험이 없다든지 뭐 이런 것들은 과감하게 해제하든지 변화를 주겠다"고 답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진우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대표는 CDMO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제일 중요한 게 법을 설정해 그 안에서 체계적인 발전을 이뤄야 한다"며 "CDMO 특별법을 하루속히 제정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와 관련해 "CDMO 특별법은 국회에서 발의된 상태로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에서 논의가 됐고, 공청회를 한 번 더 개최하자는 얘기가 있었다"면서 "공청회에서 관련 내용을 말씀해 주시면 법 제정이 물살을 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첫 번째로 발언한 이영필 알테오젠 부사장은 의약품 개발 및 허가를 거쳐 상업화 단계에 이른 바이오테크기업이 제조 시설이 없어서 겪는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의약품 개발 단계에서 품질 평가 시스템을 갖췄으나 제조 시설 부재로 GMP 관련 행위를 할 수 없는 제약이 있다"면서 "약사법에 이를 규제하는 내용이 없는데, 공무원 지침서를 보면 안 된다는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에 대해 "식약처가 의약품 시험검사기관을 지정하고 있다"면서 "업체가 시험검사기관으로 지정되면, 품질 관리를 직접 진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