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가 단순한 라이선스 계약을 넘어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전략적으로 재정비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핵심 키워드로는 협업 모델의 다변화, 임상 데이터 기반의 가치 창출, 그리고 리포지셔닝 전략이 제시됐다.
23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KIC 2025' 일환으로 진행된 'Beyond the Deal: Global Pharma's Open Collaboration Strategies and Insights' 세션에서는 유한양행, 아스트라제네카, 지아이이노베이션, 한미약품이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협업 전략의 진화를 강조했다.
유한양행 김연주 이사는 세션 첫 발표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내부 역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블록버스터 의약품 top 5(키트루다, 엘리퀴스, 듀피센트, 자디앙스, 스카이리치)는 모두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성공적으로 개발된 제품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항암을 비롯해 심혈관·대사·비만, RNA·다중 항체 같은 신규 기술 영역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이 확대되고 있다"며 "유한양행도 렉라자 후속 항암제뿐 아니라 TPD(Targeted Protein Degradation), RNA 신약 등 신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차이나 샤오샤오 첸(Xiaoxiao Qian) 박사는 중국의 연구 역량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ADC, 이중·다중 특이성 항체, 세포치료제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발 자산'을 조기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는 위암·폐암 등 중국 내 유병률이 높은 질환에서 'in-China-for-Global' 모델을 강화하고 있으며, 지역 혁신 파크·학계와 연계한 협업 플랫폼으로 신속한 임상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윤나리 전무는 임상시험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임상은 단순히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절차가 아니라 파이프라인 차별화와 파트너십 유치, 투자 유인까지 연결되는 데이터 자산"이라고 말했다.
또한, 실제 MSD-에자이, GSK-스프링웍스 등 빅딜 사례에서도 초기 임상 데이터가 계약 규모를 좌우했다는 점을 짚으며 "임상 단계에서의 협업이 인플렉션 포인트를 만들고, 빅딜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 노영수 이사는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과 반환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임상 실패나 파트너사의 전략 변경으로 자산이 돌아오는 경우가 흔하다"며 "이를 '끝'으로 보지 말고, 리포지셔닝을 통해 다시 살리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노 이사는 "기존 안전성·약효 데이터를 활용하면 개발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실데나필, 탈리도마이드, 코로나19 치료제 재활용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도 반환 자산을 과감히 재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자들은 "신약 개발은 불확실성과 장기 레이스의 연속이기 때문에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세션에서 제시된 ▲유한양행의 하이브리드 OI 전략 ▲아스트라제네카의 중국발 혁신 모델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임상 데이터 자산화 ▲한미약품의 리포지셔닝 경험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 속에서 전략적 포트폴리오 관리와 연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