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건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사진=조후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제약·바이오 업계 의견이 모이고 있다. 학계 관점으로는 근거가 부실하고, 바이오 업계 관점에선 제도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K-바이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승현 건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근거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먼저 '상업화된 보툴리눔 균주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보호 가치가 있다'는 지정 이유에 대해 미생물학자로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이미 다양한 균주가 상업화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미 자연에서 동정한 균주, 균주은행에 있는 균주 등 서로 다른 균주로 상업화하거나 상업화를 시도 중으로, 극소수 균주만 가능하다는 주장은 산업 현황과 배치되며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법적·제도적 보호가치가 약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천연 균주는 독점할 수 없으며 혁신성이 없어 보호가치가 없으며, ITC에서도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공개된 제조 공정은 연구 단계에 한정돼 국가 차원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유 역시 반박했다. 핵심 생산공정은 산츠 박사 연구를 기점으로 수십 년에 걸쳐 대부분 공개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기술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 보고서에서도 '생물학 전공자도 충분히 톡신을 정제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그는 '일부 기업 균주 출처가 불분명해 변별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계 15개국 30개 이상 기관·기업이 보유 중인 균주는 모두 Type-A Hall 균주로, 출처가 같은 균주를 사용하는데 변별력이나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무기화될 가능성이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미 산업부 등 6개 부처에서 생화학무기법 등 7개 이상 법령에 따라 통제되고 있어 근거가 부족한 중복규제라고 설명했다.

'기술 유출을 막는 중요한 지식재산권 보호막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과잉 대응이라고 반박했다. 기업 생산 노하우나 균주 톡신 순도를 올리는 기술 등 지식재산은 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통해 보호받는 것이 원칙으로, 특정 기업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핵심기술이란 공적 규제를 동원하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불일치하는 '과잉 대응'이란 지적이다.

'균주 출처를 관리하고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주장은 도리어 제도 신뢰성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균주 출처와 안전성, 품질관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약사법이 담당하는 고유 영역으로, 산업 및 수출 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산업기술보호법을 의약품 품질 관리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정책 수단 불일치로 제도 신뢰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생물학자이자 대학 바이오벤처 대표이기도 한 이 교수는 국가핵심기술을 비롯한 각종 규제가 후발 바이오 벤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을 토로했다.

예를 들어 국가핵심기술의 경우 해외 기술 수출 시 정부 승인이 필요한데, 이는 대관 업무를 수반하고 바이오 벤처 입장에선 전문가 고용을 위한 인건비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국가핵심기술은 좋은 취지로 시작됐는데 그럼에도 기업 부담을 가중시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대학 벤처 또는 후발 영세 벤처가 혁신 기술을 갖고 시장에 진출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나 생각한다"며 "국가핵심기술이 새로운 벤처 앞길은 막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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