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소위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발의된 법안을 두고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법안의 취지는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지만, 의료계에선 현장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책임만 의료진에게 떠넘긴다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소아응급실 전문의는 자신의 SNS에 "우리 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연로한 한 분뿐이다. 그런데 소아과 교수들도 이미 지쳐 있다. 얼마 전 응급수술 후 아이가 호흡부전이 왔는데, 중환자실은 자리가 없어서 결국 소아과 선생이 밤새 붙어서 겨우 살렸다. 이후 소아과에서 공식적으로 '더 이상 응급 중증 환자 백업은 어렵다'는 메일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아응급수술은 단순한 탈장에서도 장 절제까지 갈 수 있고, 감기 걸린 아기도 마취 후 호흡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다"며 "소아과 백업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응급구조대가 환자를 일방적으로 내려놓고 가면, 문제가 생길 때 책임은 고스란히 의료진 몫"이라고 토로했다.

이 전문의의 절규는 단순한 개인의 하소연이 아니다. 응급의료의 복잡한 현실, 인력의 한계, 시스템의 불균형을 그대로 드러낸다.

법안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된다. 응급환자를 더 이상 병원 사이에서 떠돌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다.

현장의 실태와 의료인력의 구조적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 책임만을 법으로 강제한다면 결과적으로 응급의료체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

법안이 발의됐다고 곧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면밀히 듣고, 실질적인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제도는 현장을 따라가야지, 현장이 제도를 떠받칠 수는 없다. 법은 현실 위에 세워질 때만 진짜 힘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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