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디파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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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고혈압 초기 치료 패러다임이 저용량 복합제로 전환되는 흐름 속 한미약품과 종근당이 서로 다른 메시지로 시장 선점에 나선다. 3제 복합제와 2제 복합제 가운데 어떤 제품이 시장 전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아모프렐'에 이어 종근당 '텔미누보' 20/1.25mg 저용량 버전도 고혈압 초기치료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고혈압 초기치료에 저용량 복합제란 선택지가 추가되면서 새 시장에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기존 고혈압 치료제는 단일제로 시작해 약을 늘려 가는 '단계적 접근' 방식으로, 초기치료에는 단일제만 사용 가능했다. 복합제의 경우 포함된 각 성분 단독요법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에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유럽고혈압학회(ESH), 유럽심장학회(ESC) 등 글로벌 학회 가이드라인은 저용량 복합제를 초기 치료에 권고하면서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 상황이다.

국내에선 한미약품과 종근당이 이 같은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암로디핀과 로사르탄칼륨, 클로르탈리돈을 기존 대비 3분의 1 용량으로 줄인 초저용량 3제 복합제 아모프렐로 본태성 고혈압 초기치료 사용을 허가 받아 지난 8월 출시했다.

이어 종근당이 텔미사르탄과 S-암로디핀 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텔미누보 20/1.25mg 저용량 버전을 허가 받고 최근 시장 공략에 나섰다.

3제 "고민 없이"-2제 "가이드라인 표준"

시장 초기 경쟁에서 뚜렷한 차별점은 3제와 2제란 성분 갯수 차이다. 각 회사가 내세운 메시지도 이 같은 특성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먼저 한미약품은 3제 복합제란 특성을 살려 '초기 치료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는 약'이란 점을 피력했다.

고혈압은 발병 기전이 다양해 단일제를 사용할 때 타깃 기전을 놓쳐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고, 단일제로 혈압을 낮춰도 수개월 후 보상기전 활성화로 다시 오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3제 복합제인 아모프렐은 세 가지 기전을 동시에 건드려 이 같은 실패 확률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3분의 1 용량 설계로 부작용 우려도 낮췄다.

제품 개발에 참여한 이무용 동국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지난 9월 아모프렐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개발 목적 가운데 하나가 '고민하지 말자'였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고혈압 초기 치료 환자 50%가 1년이 지나면 떨어져 나간다. 혈압 조절이 잘 안 되거나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라면서 "아모프렐은 고민 없이, 부작용 없이 약을 쓸 수 있도록 해 그런 환자를 최대한 적게 하자는 목표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반면 종근당은 2제 복합제가 최신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표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식약처로부터 고혈압 초기 치료를 허가 받은 건 두 제품 모두 같지만, 국제 학회 가이드라인이 초기 치료요법으로 권고한 건 2제 복합제다. 2023년 유럽고혈압학회(ESH)는 가이드라인에서 저용량 항고혈압 복합제가 내약성 및 혈압 조절률을 개선할 수 있는 혁신적 치료법이라고만 권고했지만, 지난해 유럽심장학회(ESC)는 가이드라인에서 저용량 2제 복합제를 사용한 뒤 혈압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저용량 3제 복합제를 시도하도록 구체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윤수미 종근당 마케팅 CV 사업부 이사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텔미누보가 가이드라인 기반 초기치료 전략에 부합한 치료 옵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윤 이사는 "가이드라인에서는 명확하게 저용량 2제 복합제에 대한 내용이 제시된다. 적극적이고 빠른 목표 혈압 달성이 필요하고, 1차 치료제에선 저용량 2제 병용으로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저용량 복합제 주도권, 브랜드 매출 연결 가능성

저용량 복합제 패러다임 전환 주도권 경쟁은 제품 자체 매출을 넘어 향후 고혈압 치료제 브랜드 매출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만성질환은 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만큼 치료에 실패하지 않는 이상 환자와 의사 모두 성분·브랜드 변경에 민감할 수 있다.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질 경우 초기치료제 경쟁력이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한미약품과 종근당이 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동일 브랜드 처방 연속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언급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미약품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아모프렐 3분의 2 용량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아모프렐부터 아모잘탄 플러스 5/50/12.5mg, 5/100/12.5mg, 5/100/25mg 등 고용량까지 초기부터 유지를 아우르는 세밀한 용량 조절이 가능토록 한다는 목표다. 

반면 종근당은 이미 최다 용량 옵션을 보유 중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텔미누보는 저용량 옵션인 20/1.25mg부터 20/2.5mg, 40/2.5mg, 40/5mg, 80/2.5mg, 80/5mg 등 6개 옵션을 보유 중이다. 20/2.5mg의 경우 저용량 중간 용량으로 개발한 옵션이다.

다만 2제에서 혈압 조절에 실패해 이뇨제를 포함한 3제로 넘어가야 할 경우에 대비한 옵션은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텔미누보와 같은 성분에 클로르탈리돈을 결합한 제품 '텔미누보플러스'로, 40/2.5/12.5mg, 80/2.5/12.5mg, 80/2.5/25mg 등 세 가지 용량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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