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비만치료제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지만, 빅파마의 핵심 투자처는 여전히 항암 신약인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RAS 저해제 관련 연구 성과가 가장 많이 발표되면서 향후 대형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주목된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24일 발간한 '비만은 선택, 생존은 필수' 리포트를 통해 글로벌 항암 트렌드를 살폈다.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항암제 시장은 약 2180억 달러(약 318조원)로 전체 의약품의 20%를 차지했다. 2030년에는 4270억 달러(624조원)까지 성장하는 구조로, 내분비계 치료제 시장의 약 3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희영 연구원은 "급여 제한과 리베이트 구조, 향후 바이오시밀러, 경구제 경쟁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 압력이 커지는 전형적인 만성질환 시장의 특성을 지니는 비만치료제와 달리, 항암제는 생존 연장이라는 명확한 임상적 가치가 있어 지불의향(WTP)이 매우 높고, 최근 5년 동안 출시된 신약의 77%가 연간 비용 10만 달러 이상일 만큼 가격 결정력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어 "항암제는 동일 플랫폼 하나로 암종, 라인, 병용 영역으로 적응증을 지속 확장할 수 있어 파이프라인당 매출 레버리지가 비만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면서 "이러한 구조적 차이로 인해 글로벌 빅파마는 R&D와 M&A 자금을 항암제에 우선 배정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제약산업 성장의 중심축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분석은 Evaluate Pharma와 대신증권 리서치 센터의 데이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년간 항암제 연 평균 M&A 건수는 65건, 누적 규모는 800억 달러(약 112조원)를 나타냈으며, 최근 3개년 누적 기술이전 규모에서도 항암제가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 연구원은 전임상과 초기 임상 연구 사이의 표적항암제 분야의 선도적인 글로벌 학회인 'AACR-NCI-EORTC (이하 AACR Triple) Molecular Target & Cancer Therapeutics'를 통해 향후 2~3년 내 등장할 표적항암제 신약 후보들의 기술 방향성을 확인했다.
올해 10월 보스턴에서 개최된 '2025 AACR Triple'의 표적항암제 개발 트렌드는 ▲내성 극복 ▲병용 전략 등이었으며, 세부적으로는 ▲RAS 저해제 ▲ADC ▲EGFR 등에 대한 개발이 가장 돋보였다.
특히 타겟별 발표 비중을 보면 RAS 계열이 47%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해 올해 학회에서 가장 높은 연구 밀도를 보인 단일 타겟으로 확인됐다. 그 다음으로는 HER2(14%), EGFR(7%), TROP2(2%)가 뒤를 이었다.
RAS는 세포 내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소형 GTPase 단백질로, KRAS, NRAS, HRAS 세 가지 형태가 존재하며, GTP 결합시 활성형(ON), GDP 결합시 비활성형(OFF) 상태로 전환된다.
기존 약물이 일부 변이에만 작용하고, 아직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현재 시장 규모는 약 73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RAS 저해제 개발은 ON 상태 직접 저해, 다양한 변이(G12D, Pan-RAS 등) 대응, 지속 기간 연장 등의 한계를 해결한다면 약 22조원 규모를 가진 EGFR을 뛰어넘을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활성형 KRAS G12C(ON)를 겨냥한 내성 극복 치료제 Elironrasib(RMC-6291)의 '키트루다'와의 병용에 대한 가능성과 함께, 다양한 RAS 변이에 작용하는 차세대 pan-RAS(ON) 억제제인 Daraxonrasib에 주목했다. 이 약물은 현재 RAS 변이 NSCLC 2차 치료를 목표로 하는 3상 RASolve-301이 진행 중이다.
이 밖에 ADC와 EGFR 분야에서도 각각 Topo-1 내성 극복과 TKI 기반 병용 조합이 핵심 전략으로 부각되며, 관련 파이프라인이 향후 글로벌 제약사의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