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AI 발전에 필요한 데이터 접근성과 융합이 법령 간 충돌로 가로막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기본법, 디지털의료제품법,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서 의료데이터 결합·활용 기준이 불명확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의료데이터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25일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된 '의료AI의 마중물인 의료데이터 활용: 법제 정비 방안을 중심으로'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짚으며 의료AI 발전을 위한 법·제도적 기반을 종합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AI는 방대한 의료 빅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해 질병을 진단·관리·예측함으로써 의료인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의료기기를 의미한다. AI 알고리즘은 엑스레이, MRI, CT 등 영상자료에서 암이나 신경계 질환 같은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미세한 패턴까지 식별해 조기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
해외의 경우 의료AI 개발과 활용을 위해 법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건강보험양도 및 책임에 관한 법률(HIPAA)과 21세기 치료법을 통해 비식별화 기준과 보안 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기관 간 데이터 연계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EU 역시 AI법과 유럽건강데이터공간(EHDS)을 통해 의료데이터의 안전한 2차 활용을 제도화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AI기본법, 의료기기법, 디지털의료제품법 등을 통해 의료AI 관련 내용을 담고 있지만 실제 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한 세부 기준과 절차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올해 시행된 디지털의료제품법은 AI·IoT·빅데이터 기반 디지털의료제품의 데이터 결합을 허용하면서도, 데이터 활용범위나 통제 방식, 기술적 조치 기준 등 구체적인 운영 규정은 담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다양한 기관 간 데이터 결합을 위해 규제기관과 업계·의료계가 참여하는 실효적 협의체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건강보험법, 보건산업기술진흥법, 암관리법 등 개별 법률은 각 법의 목적 범위 내에서만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법률 간 칸막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에서 규정하는 데이터 활용 절차가 서로 충돌하면서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보고서는 의료AI의 특성에 맞는 동적 규제 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AI 의료기기는 학습과 알고리즘 업데이트로 인해 성능 변동이 발생하기 때문에 승인 이후에도 자동·반복적으로 성능 변화를 심사하고 사전 승인하에 기능과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더 나아가 의료데이터 통합·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특별법 제정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감한 의료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처리 기준, 데이터 사용 절차, 안전관리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과징금 등의 책임 규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의료빅데이터 활용의 법적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은정 조사관은 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복수 부처가 보유한 의료데이터의 통합·연계·실증이 제도적으로 활성화돼 국가 차원의 디지털헬스케어 혁신 거버넌스 구축과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이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