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 나군호 소장, 국립암센터 국가폐암검진 질관리 김열 중앙센터장, 심평원 디지털전략실 송규섭 정보전략부장, 복지부 첨단의료지원관실 박지민 서기관. 사진=박으뜸 기자
(왼쪽부터)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 나군호 소장, 국립암센터 국가폐암검진 질관리 김열 중앙센터장, 심평원 디지털전략실 송규섭 정보전략부장, 복지부 첨단의료지원관실 박지민 서기관.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AI가 의료 혁신을 추상적으로 논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산업, 임상, 공공행정, 정책 전반에서 AI의 실제 적용과 제도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최한 '2025 보건의료 빅데이터 미래포럼'은 인공지능과 의료데이터의 결합이 진료 효율성, 진단 정확도, 행정 효율, 법·제도 혁신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산업계는 기술의 활용 방향을, 의료계는 구체적인 임상 성과를, 공공기관은 행정 효율의 변화를, 정부는 법·제도적 기반을 제시하며 AI가 의료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입증했다.
 

생성형 인공지능, 의료의 시간과 공간 재편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은 이제 의료현장에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업무와 진료 방식을 동시에 바꾸는 '생산성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환자와 의료인의 상호작용 방식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 나군호 소장은 "생성형 인공지능 및 대형언어모델(LLM)과 같은 혁신적 기술이 도입되는 시대에서는 의료 서비스 제공의 효율성 향상이 예측된다"고 말했다.

AI는 반복 설문과 환자 교육 같은 업무를 자동화해 의료인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대기시간을 효율적으로 조정해 시스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인다.

나 소장은 "인공지능 기술은 의료인에게 의사결정 지원도구를 제공해 증거 기반의 진료, 치료 옵션의 선택 등을 효율화할 수 있다"며 "특히 최신 지견이나 진료환경이라는 시간적 제약이 필연적인 환경에서 의료인의 전문성을 높이고 결과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 의료 기술은 실시간으로 제공되던 의료 서비스에 대해 시공간적, 시간적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진료 전후의 질문을 인공지능이 다빈도 질문·대답 형태로 기본적인 응대를 하고, 응급상황 등을 필터링해 의료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환자의 접근성을 입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의 발전 방향은 인간 중심으로 향하고 있다. 2021년 네이버 케어콜은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 엔진을 기반으로 독거노인에게 음성 기반 복지서비스와 정서케어를 제공했다. 2023년에는 53개 지자체, 1만5000명의 어르신에게 서비스가 확대돼 복지·의료 인력의 효율적 배치를 가능하게 한 '인간 중심 기술'로 평가됐다.

나 소장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미국, 영국, 중국, 이스라엘, 대한민국 등 5개국에 불과하다"며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우리나라 의료계가 자체 한국어 인공지능과 훌륭한 진료서비스를 결합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한국형 헬스케어 모델이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폐암검진, AI와 클라우드로 '정확도'와 '효율성' 개선

폐암검진은 AI가 국가 검진사업에 본격 적용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AI와 클라우드의 결합이 의료의 정밀성과 신뢰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2015년 발표된 폐암검진 권고안은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 55~74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 CT를 매년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국가폐암검진은 2017~2018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9년 본격 도입됐다.

국립암센터 국가폐암검진 질관리 김열 중앙센터장은 "이를 통해 조기발견·조기진단의 효과를 확인했고, 불필요한 조직검사나 기관지내시경 검사 수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폐암은 영상 판독의 난이도가 높고, 병원 간 판독자 편차로 인해 위양성 비율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에 2021년부터 AI 기반 질관리 시스템이 도입됐다. AI와 클라우드의 결합은 판독 편차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영상 재판독 전후 양성판정률과 폐암의심 판정률이 모두 개선되며, 검진의 정확도 역시 상승했다.

김 센터장은 "영상의학과 판독의들도 질관리 정보시스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 이후 방사선 전문의의 판독 시간이 감소해 업무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AI와 클라우드의 결합은 폐암검진뿐 아니라 건강관리, 만성질환 관리 등으로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덧붙였다.
 

심평원, 업무 전반에 AI 활용 추진

AI가 공공행정에 들어오면서 행정의 효율은 물론 신뢰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심평원은 전 국민 보건의료빅데이터와 IT 시스템을 운영하며 요양기관 심사와 평가 업무의 전문성을 축적해왔다. 이 기반 위에서 국가 AI 전략에 발맞춰 업무 전반의 AI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통적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규칙을 학습하고 예측·분류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이었다면,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콘텐츠를 직접 생성한다.

심평원은 이 기술을 활용해 산재된 정보를 통합하고, 일상감사 의견서 작성, 심사기준 조회, 출장비 지급, 복무 질의응답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했다.

대표적 사업으로 '전문심사 대상기관 선정 AI 예측모델'이 있다. 진료 내역 복잡성 증가와 진료비 상승, 인력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청구패턴 분류 모델을 적용했고, 이를 통해 전문심사 대상기관 선정을 지원받고 있다.

심평원 디지털전략실 송규섭 정보전략부장은 "머신러닝 도입 이후 심사 사각지대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AI 기반 의료영상 심사 판독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엑스레이·CT·MRI 등 영상자료를 AI가 분석해 질환 의심 부위를 자동 탐지·계산·시각화해 심사위원의 판독을 돕자, 심사 기간 단축과 프로세스 효율화가 동시에 이뤄졌다.

AI는 '감사 업무'에도 적용됐다. 문서 요약과 법령 제시를 AI가 수행해 일상감사 의견서 작성 효율을 높이는 파일럿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문서를 직접 검토했지만, 지금은 AI가 초안을 작성하고 담당자가 검토·보완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송 부장은 "공공 AI 기반 구축을 위한 HIRA AI 통합플랫폼 구축과 운영을 계획 중이며, 공공 AI 신뢰 기반 업무 수행을 위한 전사적 거버넌스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AI 역량 강화를 위한 전 직원 대상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AI 혁신에 제도적 '지원군' 자청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도 함께 구축돼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기술 혁신의 속도와 법의 간극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에 착수했다.

복지부 첨단의료지원관실 박지민 서기관은 "초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의료 난제를 AI를 통해 혁신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의 높은 EMR 보급률과 뛰어난 검사역량으로 방대한 심화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활용을 위한 표준화는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동시에 의료기관 간 정보 교류는 초기 단계이며, 개인의료정보 유출에 대한 시민단체의 우려도 여전하다.

이에 복지부는 의료 특수성을 고려한 균형 잡힌 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박 서기관은 "보건의료데이터 보호 및 활용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22대 국회에서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건의료데이터는 개인정보이자 민감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법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상 전송요구권의 일반 규정을 준용하되, 의료 분야 특수성을 반영한 추가적인 권리와 의무를 규정했다"며 "개인정보 보호 장치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K-CURE 프로젝트 등을 병행하며 AI 시대에 걸맞은 제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박 서기관은 "AI 강국이 되려는 국가 기조가 있다 보니, 이에 맞춰 법과 제도들이 AI 혁신에 걸림돌이 되지 않고 지원군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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