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크기 설정
기사의 본문 내용은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환자의 불안감을 자극하거나 전문가가 직접 홍보하는 듯한 영상이 SNS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의료계는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음성과 합성 영상 기술을 이용해 실제 의사가 특정 제품을 추천하는 것처럼 연출된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 기능성을 내세운 일반식품이나 의료기기 홍보에 이러한 방식이 활용되면서, 소비자 오인을 유발하는 새로운 형태의 광고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적발된 업체에 대해 주로 제품 삭제나 경고 조치 등 경미한 행정처분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실효성 부족,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식약처는 최근 의사·약사 사칭 온라인 광고 단속을 강화하고 적발 시 사이트 차단과 현장조사를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의료계는 "체감되는 변화는 아직 없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의 상시 모니터링과 강력한 처벌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I 의료광고의 문제는 단순한 기술의 오남용에 그치지 않는다. 의료의 신뢰는 '근거'에 기반하지만, 광고 속 AI 의사는 이를 '이미지'로 대체한다. 기술이 과학의 권위를 빌려 상업적 신뢰를 만들어내는 순간, 의료는 정보가 아닌 마케팅의 영역으로 미끄러진다.
그러나 이를 제재하거나 처벌할 조항은 여전히 모호하다.
현행 '식품표시광고법'과 '화장품법' 등에서는 의사·약사가 제품을 추천하거나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러한 조항을 근거로 AI 가짜 광고를 제재하고 있지만, 별도 규정이 없어 '소비자 기만행위'나 '소비자 오인 광고' 범주 안에서만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온라인상 허위·부당광고 적발 건수가 ▲식품 1만5027건 ▲건강기능식품 5475건 ▲의약품 1만6051건 ▲의약외품 3632건 ▲화장품 2680건 ▲의료기기 4075건 등 총 9만6천여 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대비 약 1.6배 증가한 수치다.
김 의원은 "포괄적 규정에 의존하다 보니 AI 허위광고를 직접 규율하는 조항이 없어 단속과 통계 관리 모두 불명확하다"며 "개별법에 처벌 규정을 마련해 단속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는 온라인에서 의사를 사칭하거나 전문 자격을 오인하게 하는 불법 광고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에 나섰다.
의협은 산하단체와 회원들에게 불법 온라인 광고 신고 절차를 안내하고, 사례가 접수되면 사실 확인과 위법 여부 판단을 거쳐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학회 차원에서도 움직임이 포착됐다. 대한안과학회는 허위정보 차단을 위한 '직접 행동'에 나섰다. 허위 광고를 식약처에 적극 신고하고, 유튜브를 개설해 정확한 의학 정보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한안과학회 김찬윤 이사장은 "유튜브나 SNS를 보면 안과질환 관련 영상 중 과학적 근거가 없는 과대광고가 정말 많다"며 "해당 광고를 보면 학회는 식약처에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임 총무이사도 "가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의사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야 한다"며 "안과학회는 유튜브를 개설해 정확한 의학 정보를 알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학회 차원에서 식약처에 신고를 하고 있지만, 이후 강력한 제재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신고가 늘어나는 만큼 제도적 제재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
관련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