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하면서 의약품 및 의료기기 신제품의 허가 리뷰와 현장 실사 등에 지장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의약품 제조시설에 대한 감시 검사가 축소되고, 이미 예정된 기업과의 회의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어 업계의 불안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10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보건복지부가 진행 중인 연방정부 인력 축소 캠페인의 일환으로, FDA는 총 3500명의 직원을 해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해고 대상에는 의약품과 백신, 의료기기, 식품, 수의학 및 담배 제품을 감독하는 검사관은 물론, 신제품 신청서 기록을 담당하는 행정 인력과 고위 과학자 등이 포함됐다.
신약이나 의료기기 등 신제품 리뷰를 직접 맡는 핵심 검토 인력은 해고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을 지원하는 인력이 줄어들면서 검토자 개인의 업무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다수의 제약·의료기기 기업과 예정된 회의에 FDA 측 참석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CBS 뉴스에 따르면, 현장 실사를 담당하는 FDA 산하 검사 및 조사부(OII, Office of Inspections and Investigations)에서도 약 170명이 해고됐으며, 이로 인해 FDA는 식품 및 의약품에 대한 정기 검사의 횟수를 줄일 방침이다. 출장 업무를 담당하던 관련 사무국도 폐쇄된 것으로 전해졌다.
OII는 연간 약 3만건에 달하는 국내외 의약품, 의료기기 및 식품 제조시설에 대한 감시 업무를 수행해왔으나, 대규모 인력 손실로 인해 긴급성과 중요도에 따라 검사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안전 위험성이 제기된 시설이나 과거 위반사항의 후속 점검 등 긴급 조치 외에는 일상적인 감시 검사는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팬데믹 시기 지연된 검사 일정도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FDA는 2024년 9월 기준 미국 내 약 2000개 제조시설과 인도·중국 등 해외의 340여개 제조시설에 대한 점검을 병행하고 있어 이미 업무 과부하 상태라는 설명이다.
한 전직 FDA 고위 관계자는 CBS 뉴스와 인터뷰에서 "안그래도 검사관들은 매일 시설이나 임상시험 현장에 걸어 들어가야 하는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인데 인력 감축으로 점점 검사관 채용이 어려월 질 것"이라며 "훈련된 검사관, 박사 학위 소지자인 생화학자, 생물 통계학자, 소비자 안전 책임자, 통신 전문가 및 실험실 기술자는 등은 서로의 업무를 대체할 수 없는 전문 인력"이라고 공석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업계 및 관련 단체들은 FDA의 이번 인력 감축이 환자에게 신속한 치료법을 제공하려는 기관의 핵심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허가 심사를 앞둔 신제품을 보유한 제약·의료기기 기업들은 제품 출시 일정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