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미국 정부가 의약품 및 관련 원료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재평가하기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했다.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의약품 수입 구조 전반을 안보적 관점에서 점검하겠다는 방침으로,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및 보호무역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17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16일(현지시간) 연방 관보(Federal Register)를 통해 의약품과 활성의약품원료(API), 의료대응제품, 주요 출발물질 등 핵심 의약품 투입재의 수입이 자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섹션 232 국가안보 조사'를 개시하고, 21일간 공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의견 제출 마감일은 5월 7일이다.
이번 조사는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of 1962) 제232조에 따른 것으로, 전략 산업의 수입 구조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또는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조사 주체는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 전략산업 및 경제안보과로, 해당 프로젝트는 규제 포털에서 'BIS-2025-0022' 코드로 등록돼 있다.
이번 의견 수렴은 ▲미국 내 의약품 및 성분의 현재·예상 수요 ▲미국 내 생산 의약품 및 의약품 원료의 국내 수요 충족 정도 ▲해외 수출기업 및 공급망의 역할과 의존도 ▲소수국가 집중 수입에 따른 공급 리스크 ▲외국 정부의 보조금·약탈적 무역이 미치는 영향 ▲외국 보조금과 가격 억제정책이 초래하는 시장 왜곡 ▲외국의 의약품 공급 통제 가능성과 수출 제한 위험 ▲미국 내 생산 역량 확대의 타당성과 현실성 ▲관세·쿼터 등 무역조치의 필요성과 효과 ▲그 외 국가안보 관련 기타 요소 등 총 10가지 항목에 대해 이뤄진다.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의약품을 단순한 보건의료 자원이 아닌 전략물자로 간주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일부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항생제·해열제·주사제 등 주요 품목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망 다변화와 자국 내 생산 유인 정책이 뒤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미국 내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는 팬데믹 이후 반복된 공급 부족 사태를 계기로 바이오·제약 공급망의 '디커플링'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이번 조사는 그 연장선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결과에 따라 미국 내 생산 보조금 확대, 특정국 수입 제한, 장기계약 우대 조치 등이 제도화될 여지도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역시 미국 내 공급망 재편 흐름에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산 원료·의약품이 중국산 대체재로서 전략적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도 있는 반면, 미국의 수입규제 또는 우선공급 정책에서 소외될 경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