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미국 정부가 의약품과 원료에 최대 25%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미국제약협회(PhRMA)가 관세 정책이 자국 산업 보호가 아닌 비용 증가와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의약품 공급망이 이미 미국과 동맹국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안보 강화라는 명분과 실제 공급 구조 간 괴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14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PhRMA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공식 의견서를 통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의약품 및 원료의 수입을 국가안보 이슈로 보는 접근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PhRMA는 "의약품의 절대다수는 미국 및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관세 부과는 오히려 산업 투자와 환자 접근성에 악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Avalere Health 분석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소비된 의약품의 활성성분(API) 및 스타터 물질 기준 수입금액 중 53%는 미국 내에서 제조되었고, EU가 29%, 스위스가 3%, 영국이 1%를 차지해, 약 85%가 미국 및 유럽에서 생산됐다. 중국과 인도의 비중은 각각 7%와 2%에 불과했다.
또한, 미국 내에서 소비되는 혁신적인 의약품의 거의 3분의 2가 미국에서 제조되며, 판매 가치 기준으로 미국 또는 동맹국에서 공급된 API는 전체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 또는 인도산 API만으로 구성된 제품의 비중은 1% 미만이다.
PhRMA는 글로벌 회계법인 Ernst & Young(EY)에 의뢰한 분석 결과도 공개했다. 25%의 수입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내 수입 의약품 비용이 연간 508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중 EU산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담이 314억달러로 가장 높았으며, 완제의약품에 대한 관세로는 357억달러, API 및 중간체에 대해서는 151억달러가 각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생산 비용 역시 151억달러 증가하게 되고, 이는 미국 의약품 수출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PhRMA는 미국 제약업계가 강력하고 다양한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안정적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응급 상황에서도 의약품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일 국가 의존도는 낮고, 대부분이 미국과 동맹국 간 무역에 기반해 국가안보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PhRMA는 "미 행정부가 진정으로 미국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관세 부과보다는 미국을 가장 혁신적인 의약품 개발과 생산의 중심지로 만드는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며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오히려 정부 목표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