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비대면 진료를 초진까지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대한내과의사회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졸속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내과의사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최근 전진숙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이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고,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한 채 확대만을 서두르고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의사회는 의료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울타리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의료인은 환자를 직접 만나 종합적인 평가와 진단을 내려야 하며, 이 과정은 기술이나 영상통신만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이 비대면 진료를 초진 환자에게까지 허용하는 점에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의사회는 "18세 미만 또는 65세 이상에서 오진 위험이 크고, 진단을 위해 반드시 신체검진을 포함한 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며 "편의성을 위해 진료의 안전성과 본질을 훼손하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의사회는 비대면 진료 성립 요건에 대리 수령자를 포함시킨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대리처방은 의료기관 방문을 통해 신분 확인이 이뤄지는데, 비대면 진료가 보편화되면 이러한 안전장치가 생략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사회는 "약 배송은 허용하지 않으면서 진료는 비대면으로 허용하는 이중구조는 의료서비스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해친다"고 말했다.
재진 조건 완화와 관련해서도 "급성기 질환은 비대면 진료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며, 만성질환자 역시 최소 3회 이상 충분한 대면 진료 경험 후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료 질환이 다르면 사실상 초진에 해당하는데, 해당 법안은 이런 상황까지 비대면으로 포괄해 악용 여지를 키운다는 설명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대한 관리 체계가 부실하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지목됐다. 처벌 규정조차 없어 무책임한 중개업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의사회는 "신고만으로 사업을 개시할 수 있게 한 조항은 의료정보를 다루는 사업의 성격을 고려할 때 매우 위험하다. 엄격한 인증과 독립적 심의 없이 플랫폼 사업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정보 보호와 진료 안전성을 동시에 해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이번 법안이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없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핵심 내용이 추후 복지부령으로 바뀔 수 있도록 여지를 둔 점, 의료취약지 정의의 왜곡 등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
이와 관련해 대한내과의사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관련 데이터를 요청했으나 "별도 가공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정부는 직접 시행한 정책의 실효성조차 평가할 수 없게 하면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객관적 근거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고, 의료계의 과학적 논의 요구는 외면하는 이중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