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해외 시장과는 대조적으로 부진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럽과 미국에서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빠르게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반면, 내수 시장에선 여전히 오리지널 의약품 중심의 처방이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지난달 30일 발간된 지식재산연구 저널을 인용, 한국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유럽 및 미국에서 이룬 성과에 비해 국내 내수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특허기술진흥원 김태권 책임연구원과 특허청 강태현 서기관은 지식재산연구 저널에 공동 저자로 참여해 '휴미라'·'레미케이드' 등 항-TNF-α 계열 바이오의약품을 중심으로 미국·유럽의 특허 장벽 및 시장 대응 현황을 비교하고, 국내 바이오시밀러 사용 확대를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들은 특허 장벽이 미국에서 더 견고하게 구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시밀러 시장 점유율은 유럽이 미국보다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유럽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제도적 기반과 정책 유인이 잘 마련돼 있어 출시 후 3년 내에 오리지널 의약품 점유율이 50% 이하로 하락한 반면, 한국은 지난해 기준 휴미라 점유율이 90% 이상, 레미케이드도 60%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점유율이 낮은 이유로는 '체감 약가 차이'가 가장 먼저 지목됐다. 지난해 휴미라·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대비 10~15% 수준의 가격 차이를 보이지만, 해당 의약품이 건강보험 산정특례 적용을 받으며 환자 본인부담률이 10%로 낮아져 실질적인 가격 차이는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유럽형 참조가격제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는 동일 효능군의 약제에 동일한 보험 급여 기준을 적용하고, 환자가 더 비싼 약을 선택할 경우 차액을 자부담하도록 해 자연스럽게 저가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인센티브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럽 주요국은 바이오시밀러 사용 시 의사에게 직접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영국은 절감된 비용의 50%를 처방의사에게 환급하고 있다.

국내 의료진의 바이오시밀러 처방 경험도 유럽 대비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의사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바이오시밀러 처방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6.5%에 그쳤으며, 처방을 하지 않는 주요 이유는 '효과·안전성에 대한 신뢰 부족'(35.6%)이었다.

김태권 연구원과 강태현 서기관은 바이오시밀러의 생물학적 동등성, 임상 근거, 제조공정의 신뢰성을 명확히 알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용 시 발생하는 재고 부담 문제도 제기되며, 공동구매 및 입찰제 도입으로 이를 보완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환자의 인식도 시장 확대의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가격 차이가 미미할 경우, 대부분의 환자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호하게 되며, 이는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노시보(nocebo)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가격 인하 외에도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안전성과 효능을 환자에게 충분히 알릴 수 있는 정책과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과 강 서기관은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도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신뢰할 수 있어야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며 다각도의 정책 지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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