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소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순환신경계약품과장, 정성우 제뉴원사이언스 팀장, 길찬호 삼아제약 전무, 류신숙 현대약품 전무. 사진=문근영 기자
(왼쪽부터) 김소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순환신경계약품과장, 정성우 제뉴원사이언스 팀장, 길찬호 삼아제약 전무, 류신숙 현대약품 전무. 사진=문근영 기자

[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반의약품 특정 제형을 변경해 허가받는 경우, 비교용출시험 자료 제출을 면제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이런 변화가 일반약 개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고혈압·고지혈증 임상 완화도 추진하고 있어, 현실에 맞는 규제 변화와 의약품 개발 선순환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확인된다.

25일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 취재에 따르면, 식약처는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개정에 착수했다.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를 반영해 내년까지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에서 핵심은 일반의약품 안전성·유효성 심사 자료 요건을 개선하는 데 있다. 특히 업체가 효능·효과, 주성분 함량이 동일한 일반약을 투여 경로가 같은 새로운 제형으로 허가 신청하는 경우, 비교용출시험 자료 제출을 면제하는 방향이다.

모든 일반약이 비교용출시험자료 제출 면제 대상은 아니다. 식약처는 나정·당의정·필름코팅정(서방성·장용성 제제 제외), 연고제·크림제·겔제 등 몇 가지 제형만 비교용출시험 자료 제출 면제 대상으로 분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소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순환신경계약품과장은 "기존 규정은 비교용출시험 자료를 제출하거나 불가능한 경우에 제제학적 동등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그 이상의 자료로 갈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계에서 일반약 허가 심사와 관련해 자료 요건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다른 나라 규정을 살펴보니 몇 가지 경우는 유사한 제형이기에 비교용출시험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본 것"이라고 부연했다.

제약기업은 이번 변화가 일반약 개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자리에서 정성우 제뉴원사이언스 팀장은 다양한 제형으로 일반약을 만들고 싶은 업계에 속한 입장으로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정 팀장은 "그간 포럼 등 여러 자리에서 업체들이 이런저런 일반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항상 일반약 표준제조기준이 넓어질 것이란 답변만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일반약 제형을 바꾸려고 해도 기본적인 차이로 인해, 동등성을 입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이었다"며 "업계에선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개정으로 일반약을 개발하는 또 다른 그라운드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업체들이 비교용출시험 자료 제출을 면제받아도 금속 불순물, 유전 독성 등 기본적인 자료는 다 준비해서 허가 심사를 받는다"며 "이번 개정은 일반약 표준제조기준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임상 완화 추진…의약품 개발 선순환 기대

식약처는 '복합제 임상시험 가이드라인'도 개정할 예정이다. 고혈압·고지혈증에 동반 작용하는 복합제를 대상으로 3상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경우, 1상만으로 허가받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변경하는 내용이다.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임상 완화를 추진하는 근거는 3상 자료 분석 결과에 있다. 식약처는 10여 년간 쌓인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3상 자료를 살폈고, 임상 요건 합리화 추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김소희 순환신경계약품과장은 이에 대해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28개 품목의 3상에서 5000명 정도 되는 데이터를 전부 모아서 분석해보니, 주요 성분이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안전성 측면에서 크게 우려할 만한 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임상 완화가 현실에 맞는 규제 변화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길찬호 삼아제약 전무는 이번 변화가 규제를 줄이고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문제 발생 여지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모든 복합제 3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가 아니고, 동반 질환 복합제 가운데 가장 많은 데이터가 있는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를 먼저 검토해 보자고 한 것"이라며 "데이터 분석 결과 등을 보면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는 철폐 대상이나 강화해야 하는 대상이 아나라 항상 업데이트돼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임상 완화는 현재 시점의 과학 수준에 맞게 규제가 업데이트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임상 완화로 업체들이 얻는 이점도 있다. 류신숙 현대약품 전무는 3상에 투입하는 자원을 다른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류 전무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해 3상을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면, 3상 자료가 없어 개량신약으로 지정받지 못하거나 자료 보호를 받지 못하더라도 해당 자원으로 더 의미 있는 약을 개발하는 선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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