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이 마무리됐다. 평균 환산지수 인상률은 1.93%, 상대가치점수 연계분 0.07%를 포함해 전체 평균 인상률은 2.0%로 확정됐다.

여느 해처럼 밤샘 협상이 이어졌고, 재정 규모(밴드)와 산정 근거가 공급자 단체에 사전 공유되지 않는 '깜깜이 협상' 구조도 여전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특이점을 남겼다.

첫째는 전 유형 타결이라는 결과다. 2014년(2013년 협상), 2018년(2017년 협상)에 이어 역대 세 번째이자 8년 만이다. 수가 인상을 둘러싼 소수점 단위의 줄다리기가 매년 반복되고, 일부 유형은 늘 결렬을 택해왔던 상황에서 이번 결과는 단연 이례적이다. 쉽게 말해 가장 '예쁜' 결과가 도출된 셈이다.

하지만 이 '예쁨'은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수가협상단장은 새벽 2시경 첫 타결 직후 "유형별 수가협상에 참여한 지 19번째인데 이번이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SGR 순위는 약국, 병원, 치과, 한의, 의원 순이었다. 이 가운데 중간 순위였던 치과가 타결을 먼저 끊자 상위 순위인 약국과 병원, 그리고 하위 순위인 한방과 의원까지 협상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협상 마감 직전까지 눈치싸움이 계속됐지만, 결국 7개 유형 모두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각 유형별 인상률은 ▲병원 2.0% ▲의원 1.7% ▲치과 2.0% ▲한의 1.9% ▲약국 3.3% ▲조산원 6.0% ▲보건기관 2.7%로 확정됐다. 수가 1% 인상 시 약 6978억 원의 재정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협상에 따른 총 추가소요재정은 약 1조 3948억 원에 달한다.

두 번째 특이점은 공급자 단체의 태도 변화다. 예년에는 건강보험공단을 향한 날 선 비판이 협상장을 지배했지만 올해는 일부 단체에서 공단 측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기류도 감지됐다. 대한약사회 오인석 수가협상단장은 "공단이 신뢰를 바탕으로 약국 유형에 배려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단, 약국은 올해 SGR 순위 1위로 협상 여건이 가장 유리했던 유형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평가는 구조적 배경을 고려해 받아들여야 한다.

세 번째 특이점은 공단의 협상 전략 변화다. 순위가 낮은 치과와 한방 유형의 타결을 유도하기 위해, 공단은 수가협상 타결 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장성 강화 및 수가정책 지원을 권고하는 부대결의를 마련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유창길 수가협상단장은 "공단이 약속한 한의 보장성 강화 방안이 반드시 이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원 유형은 그간 수차례 협상 결렬과 환산지수 차등 적용 등 누적된 과제를 안고 있었다. 타결은 이뤄졌지만 대한의사협회는 협상 직후 "공단 우위의 불합리한 협상 구조가 이번에도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점은 의협과 건보공단이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190억 원 규모의 재정 투입에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향후 의원 유형에 대한 정책적 보완책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가협상은 매년 반복되지만 그 안의 싸움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2026년 수가협상은 수치보다 복잡한 맥락 속에서 각 유형의 대표들이 자신의 회원을 위해 치열하게 협상 테이블에 임한 결과였다.

'전 유형 타결'이라는 숫자 뒤에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협상의 진통이 있었다. 긴 밤을 견뎌낸 협상단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낸다. 단순한 타결이 아니라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절박한 합의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025 메디파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