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10월 1일부터 모든 브랜드의약품과 특허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8월 CNBC 인터뷰에서 "처음엔 소액 관세를 부과하고 1년~1년 반 안에 150%, 그 다음에 250%까지 인상하겠다”던 기존 발언과는 다른 조치다. 사실상 유예기간 없이 최고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의약품 공장 유치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관세 부과 방식과 대상은 아직 불투명하다.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과의 차등 적용, 국가별 관세율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 EU와의 협정문에는 의약품 관세율을 15%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조항과 제네릭·원료·화학전구체에는 최혜국 대우를 적용한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일본과의 협정에서도 유사한 조항이 존재하며, 한국은 7월 한미 협상에서 구두로만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을 뿐 문서화는 이뤄지지 않아 유럽·일본에 비해 불리할 가능성이 있다.
HS 코드 기준으로는 브랜드의약품·특허의약품·제네릭·바이오시밀러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관세 시행 시 면제 대상 여부를 어떻게 식별할지도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FDA 승인 데이터와 EPA 시설 신고 정보를 연계해 예외 처리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측은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와 관세 적용 대상 목록을 10월 1일 이전에 공식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관세 조치는 미국이 해외 의약품 의존도를 낮추고 제조 역량을 자국 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국가안보 논리를 앞세운 조치다. 다만 제네릭·바이오시밀러를 관세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도 열려 있어 한국 기업들의 수출 및 가격 전략에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바이오시밀러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지만, '브랜드명'으로 판매된다는 점이 변수”라며 "규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미국 내 생산 투자 확대와 현지 파트너십 강화가 사실상 유일한 방패”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제품을 보면 제품·단계별로 차이가 있어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게 될 지도 달라질 수 있다.
FDA로부터 승인 후 시판 중인 제품을 살펴보면, 셀트리온 '유플라이마(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스테키마(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짐펜트라(인플릭시맙 SC 제형)', '앱토즈마(악템라 바이오시밀러)' 등을 미국에 이미 출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하드리마(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해 '피즈치바(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바이우비즈(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등을 미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현지 제품명 XCOPRI)'를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생산거점에서 제조해 미국에 판매 중이다. GC녹십자는 면역 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를 FDA 승인 후 지난해부터 미국에 출시했다.
대웅제약은 에볼루스(Evolus)를 통해 2019년부터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으며, 휴젤은 지난해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에 대해 FDA 승인을 받고 미국 내 유통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
FDA 승인 후 출시 대기 제품을 살펴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오퓨비즈'를 2024년 FDA 승인 후 상업화 권리를 하로우와 전환하며 출시 시점 조정 중이고, 프롤리아/엑스지바 바이오시밀러 '오보덴스'와 '엑스브릭'은 승인만 받은 상태다.
셀트리온의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옴리클로'도 FDA 승인 후 미국 출시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
승인 준비 및 현지화 단계에서는 셀트리온이 미국 내 생산시설 인수·증설과 함께 2년치 재고를 미국으로 이전하고 현지 위탁생산 계약을 확대해 사실상 'Made in USA' 체제를 구축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안과·면역질환 포트폴리오의 현지 파트너 구조를 강화하며 관세 예외 조건을 충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제품과 단계별로 관세의 직접 충격 정도가 다르다. 이미 판매 중인 제품은 가격·보험 커버리지 조정이, 승인 후 출시 대기 제품은 출시 시점 재조정이, 승인 준비 단계 제품은 현지 투자·공급망 전략이 주요 대응 과제가 될 전망이다. 국내 업계는 미국 내 생산·충전·포장(CDP) 체계 확보를 통한 예외 적용, 현지 파트너십 강화, 출시 시점 및 SKU 조정 등으로 리스크 완화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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