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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병원급을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초진과 재진 모두 비대면으로 진료가 가능했으나, 이달 20일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해제되면서 27일부터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를 비롯한 비대면진료 이용 환자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제한되며, 일부 대상자에 한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이용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또한 비대면진료 전문기관의 난립을 막기 위해 전체 진료 중 비대면 진료 비율을 30%로 제한하는 규정도 도입된다.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대상 환자 범위(초·재진)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현행 기준을 잠정 유지하기로 했다. 기준 변경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의료계는 정부의 이러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 움직임에 대해 우려와 신중론, 제도 개선을 위한 보완 요구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래의료포럼 조병욱 정책정보위원장은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에 대해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이라기보다 의료비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대면 진료 확대의 핵심 목적이 환자의 의원 방문 횟수를 줄이는 데 있다고도 지적했다. 방문이 줄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검사나 시술 건수도 감소하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의원 경영을 위협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의료 접근성 개선이라는 명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비대면 진료 이용자의 대부분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농어촌 고령층은 스마트폰이나 어플 등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비대면 진료가 '의료 소외 지역을 위한 제도'라는 정부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조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1차 의료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며 "현재 이용자들 대부분은 단순히 약을 편하게 처방받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가 오히려 법적 분쟁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조 위원장은 비대면 진료 중 이상 증상이 발생했을 때 환자가 의사의 설명 부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의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재택의료학회 박건우 이사장은 비대면 진료가 불필요한 제도는 아니지만, 환자를 직접 보고, 만지고,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판단하는 것은 눈을 가리고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환자의 편익을 증진하고 의료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측면은 있지만 의사가 직접 시진·촉진·타진·청진 등을 통해 진료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이사장은 비대면 진료가 재택의료의 보완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는 긍정적이지만 비대면 진료만으로 진료를 대체하는 것은 환자 안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비대면진료 및 전자처방전 대응 TF 박근태 위원장은 정부의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단계가 해제됨에 따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의료법 개정안' 통과 이전까지 현행 기준을 잠정 유지하는 것에 대해 환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했다.
해당 개정안와 관련해서는 정부와 소통하면서 의협이 제시한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로, "환자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쟁점 중 하나인 '책임'에 대해서는 "비대면 진료가 불완전할 수 있다는 점을 환자에게 사전에 알리고, 이에 대한 책임을 환자와 의사가 공동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비대면으로 진료하기 어려운 환자라고 판단할 경우 대면 진료를 권유할 수 있으며, 환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의사에게는 '진료 거부권'을 부여하는 조항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질병 및 약물의 범위, 처방 일수 제한 등 세부 내용은 시행규칙을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아직은 쟁점 사항에 대해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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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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