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왼쪽부터)김영수 경상국립대 의과대학 교수, 김성근 가톨릭의대 외과교수(대한의사협회 대변인), 김유일 대한의학회 지역의료정책이사, (하단 왼쪽부터)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박지용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출처=국회방송
(상단 왼쪽 우선) 김영수 경상국립대 의과대학 교수, 김성근 가톨릭의대 외과교수(대한의사협회 대변인), 김유일 대한의학회 지역의료정책이사,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박지용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출처=국회방송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지역·필수의료 위기 상황에 대해 의료계를 비롯해 국회, 환자, 정부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이를 위한 지역의사제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지역 의료 수요 기반의 의사 정원, 의사양성 목표, 재정규모, 수련프로그램, 정주 여건 등에서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열린 ‘지역의사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과 전문가들이 지역의사제법안을 놓고 이 같은 의견을 공유했다. 이번 공청회 결과는 18일 개최되는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참고하게 된다. 

이번 공청회에서 논의된 지역의사제법안은 총 4건으로, 김원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 박덕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안, 강선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 

진술인으로는 김성근 가톨릭의대 외과교수, 김영수 경상국립대 의과대학 교수, 김유일 대한의학회 지역의료정책이사,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박지용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등 총 6명이 참석해 각각의 의견을 피력했다. 

먼저 김성근 교수는 지역 의료 격차의 원인 분석 없이 인력 공급 확대만 논의되고 있다며 법안 설계의 불명확성을 지적했다. 그는 "법안에는 어떤 지역에서 어떤 과목의 의사가 얼마나 필요한지, 전공의 수련과 일반의 근무 기간 등 구체적 설계가 없다"며 지역 정의, 이동 기준 등도 모호하다고 말했다. 또한 공급 중심 정책만으로는 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영수 교수는 지역의사제 도입이 시급한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쏠림으로 농어촌과 중소도시의 필수 의료 기능이 약화되고 있으며, 이를 방치하면 건강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김 교수는 지역 출신 의사를 선발해 지역 기반 교육과 수련을 제공하고, 정착 지원을 함께 운영할 때 제도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일 대한의학회 정책이사는 법안 설계 과정에서 공중보건의사제도를 우선 활용하고, 의대에 한정한 단계적 시행과 소규모 선발을 제안했다. 또한 계약형 지역의사 모델의 수용성을 강조하며, 면허 취소 등 과도한 제재는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지역 의료 위기는 단순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필수 의료 제공의 안정성과 신뢰 확보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법안은 10년 의무복무 중심인데, 이런 구조에서는 젊은 의사들이 지역 핵심 인력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며 ▲강제와 규제가 아닌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정책 설계 ▲지역에서 전문성을 쌓고 성장할 수 있는 경로 마련 ▲정주를 유도할 수 있는 생활·경력 패키지 ▲지역의료 신뢰 회복 등이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고 짚었다.

박지용 연세대 교수는 법안의 헌법적 정당성을 평가하고 지역의사제는 공익이 사익보다 큰 제도로서 10년 의무복무와 제한적 근무지가 직업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의 수련 기간을 복무 기간으로 산입할 수 있어 실제 복무기간은 5~6년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역 의사 부족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그는 해외 사례와 비교해 현 발의 법안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복무 기간은 더 길어도 되지만, 지역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정착 지원 구조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단순 의사 수 증가 아닌 중증·응급·필수 의료 확보 필요"

진술인들의 개별 발표에 이어 여야 의원들은 지역의사제법안을 통해 지역에 필요한 의사 수를 파악하고 양적인 인력확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양질의 수련을 통한 중증·응급·필수의료가 확보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은 "지역 필수의료 붕괴 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가 필요하지만, 현 법안이 해답이 될지 의구심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근무 지역, 필수 과목, 의료 수요 등 구체적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정책 목표가 불분명하다"며 "지역의사제가 성공하려면 단순 의사 수 증가가 아니라 중증·응급 필수 의료 신뢰 확보, 정주 여건 개선 등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도 지역의사제의 실효성과 전문성 문제를 집중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역 의사로 배출된 인력이 실제로 중증·응급 의료를 수행할 수 있는 훈련을 받았는지, 지역 의료 환경에서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명확한 계획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GP(General Practitioner, 일반의)와 심장내과·외과 전문의 등 고난도 의료를 수행할 의사의 양성과정은 달라야 하는데, 현 지역의사제도는 모든 의사를 동일한 기준으로 배치하고 있어 실질적 의료 질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도 질적인 향상에 초점을 맞춘 지역의사 양성에 방점을 뒀다. 이 의원은 "지방에서도 응급 의료를 제때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지역의사제 도입 시 단순 배치가 아니라, 지역 의료 질을 높일 수 있는 파격적 지원과 정책 설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역량 강화·정주여건 구체화 촉구 

법안을 기반으로 지역의사가 양성되기 위해 유인할 요인이 부족하는 지적도 쏟아졌다. 특히 수도권 병원에서 수련하는 의사와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배출된 의사간 역량 차를 없애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과 정주여건에 대한 구체 방안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제시됐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의사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지역의사제 복무 기간 동안에도 일정 기간 수도권 병원에서 견학이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성근 교수는 지역의사 복무 기간과 수련 산입 여부 등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술 등 고난도 임상 과목에서는 충분한 경험이 필요하므로,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일정 기간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지역에서 요구하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은 지역의사 정착과 근무를 위해 가족 생활 기반 마련, 교육비 지원 등 실질적 복지 혜택과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법안에 이를 반영할 구체적 방안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유일 대한의학회 지역의료정책이사는 "지역의사가 떠나는 이유가 개인별로 다양하기 때문에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자녀 교육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법안 단독으로는 부족…관련 법 연계 필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는 "지역 의사 양성법은 기본적으로 지역 의사를 어떻게 양성하고 지원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법으로,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모든 정책을 담을 수는 없다"며 "필수 의료 강화 및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과 연계돼 지역 의료를 위한 종합적 정책과 인력 양성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필수의료특별법에 특별회계가 설치되면 연간 약 1조2000억~1조3000억원 규모의 재원이 형성돼 지역 필수의료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지역에서 의사 양성이 원활히 이뤄진다면 지역 의료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역 의사가 얼마나 필요한지 구체적 수치는 보건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 검토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며 "복무형 지역의사와 계약형 지역의사는 안정적 배출과 필요 대응이라는 보완적 관계에 있어 함께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025 메디파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