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5'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61개국, 753개 기업이 참여했고, 컨퍼런스와 파트너링, 전시회장은 연일 북적였다. 이 거대한 산업 이벤트가 끝난 뒤 남는 질문은 하나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20년 전 작은 세미나에서 출발한 바이오코리아는 이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바이오헬스 전시회 중 하나가 되었다. 산업의 외형은 분명 성장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수많은 기업들이 같은 물에서 같은 기술, 같은 전략을 나누고 있다. 면역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 AI 신약개발이라는 트렌드 안에 속한 기술들조차 차별성과 사업화 전략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번 행사에서도 다수의 기업이 '글로벌 진출'을 이야기했지만, 정작 미국·유럽 시장에서의 규제 장벽, 품질관리(CMC) 체계, 라이선싱 협상력 등 실전 전략에 대한 이해와 준비는 부족하다는 점이 다수의 세션에서 드러났다.

올해 주제는 '혁신과 협업'이었다. 발표자들은 오픈이노베이션의 중요성, AI 플랫폼 기반의 신약 설계, 글로벌 기업과의 공동 개발 사례를 공유했다. 하지만 산업계의 체감은 다르다. 협업을 이야기하면서도 국내 기업 간, 연구기관 간의 칸막이는 여전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은 여전히 기술이 아닌 가격과 공급조건 중심으로 이뤄진다.

AI 기반 신약개발 세션에 참여한 한 외국 연사는 "한국은 하드웨어는 빠르지만 소프트웨어와 철학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즉, 실험을 자동화하고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물리적 역량은 세계적이지만, 이를 통해 약물개발 전체 전략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한 '통합적 사고'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바이오코리아 2025는 K-바이오가 가진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비즈니스 파트너링을 통해 다수의 초기 상담이 오갔고, 몇몇 기업은 글로벌 진출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산업 전체의 생태계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한국은 이제 '기술 있는 국가'에서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는 국가'로 넘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단순한 연구비 지원이나 기업 유치가 아니라, ▲데이터 인프라와 플랫폼 기반 연구 체계 강화 ▲비임상임상시장 진입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전략 ▲GMP와 CMC 기준에 맞춘 생산기반 투자 확대 ▲글로벌 규제와 IP 전략에 능통한 인재 양성 등이 동반돼야 한다.

앞으로 K-바이오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빠르고 더 깊이 있어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전략에서 앞서야 하고, 협업이 아니라 '공동 실행'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바이오코리아는 단지 산업의 성장을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우리는 이 행사를 거울 삼아 산업의 현실을 더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부족한 점을 메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럴 때만이, 한국은 '바이오 강국'이라는 구호를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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