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의약품 별도기금에 대한 이슈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필요하다는 논의만 계속되고 아직 '어떻게(How)' 할 것인지 논의하는 단계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별도기금을 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온 만큼, 구체적으로 모델안을 만들어 부작용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기금으로 운영할 수 있는 측면의 논의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30일 한국사회약학회 학술대회의 첫 번째 세션 주제인 '의약품 별도기금 운영제도-한국에서의 적용 가능성과 과제'에 대한 토론 시간이 지난 뒤 청중석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토론에서는 제약사와 학계, 행정, 환자단체 등에서 각자의 입장과 생각, 여러 방안에 대한 토론 시간이 이어졌다. 건강보험공단 재정의 구조적인 한계 등으로 인해 희귀·중증질환 환자들을 위한 '의약품 별도기금'의 필요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여전히 재원과 평가기준 마련은 숙제로 남았다. 당시 토론회에서 언급됐던 내용들을 짧게 정리해봤다.

제약사들은 영국, 호주, 캐나다 등과 같은 선진국들이 고가의 희귀질환, 항암제 등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 강화의 측면에서 별도 재정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과, 국내 건강보험의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최근 개발되고 있는 신약들을 담아내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별도기금이 마련된다면, 막대한 R&D 투자가 필요한 신약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경증 환자들이 불필요한 치료까지도 편하게 받을 수 있는 반면, 중증 치료에서는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점, 중증질환은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인 만큼 국민들 또한 경증보다 중증질환일 때에 정부의 지원을 받고 싶다는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의약품 별도기금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환자단체 또한 희귀, 중증질환자들이 특수한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늘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아울러 환자 당사자와 가족의 목소리를 먼저 경청하는 것에서부터 관련 사업이 출발해야 한다며, 별도기금이 조성돼야 오롯이 희귀·중증질환자에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계와 행정 분야 전문가들 역시도 건강보험의 재정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별도기금을 마련해 중증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문제는 늘 그렇듯 '재원 마련'이었다. 일부는 공적인 영역에서 기금이 마련돼야 하겠지만, 제약사가 기금의 일부를 출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며, 평가 선정 절차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이들는 복권기금이나 국민증진기금을 활용하는 것이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에도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금의 일부와 제약사의 ESG 비용을 더해 재원을 마련하자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학계의 인사 중 한 명은 혁신성이 떨어지는 의약품을 주로 생산하는 제약사에게 기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으며, 또 다른 인사는 국가 재정을 중심으로 가야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평가를 통해 별도기금이 필요한 곳에 적절히 운영될 수 있도록 평가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과, 기존에 실시되고 있는 위험분담제를 실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인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늘 제도는 한참 늦는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묶여있고, 결코 '돈'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의약품 별도기금 또한 논의에만 10년 이상이 걸렸다고 하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필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어떻게' 구체화 할 것인지 속도를 높여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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