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일, '2030 생명과학 전략'을 통해 향후 6년간 유럽을 글로벌 생명과학 혁신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해당 전략은 ▲연구개발 생태계 고도화 ▲시장 접근성 강화 ▲혁신 흡수 및 공공조달 확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전략 추진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첨단 바이오 분야로 확대되는 가운데, 유럽이 실질적 산업화 측면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 인식에서 비롯됐다.
EU는 우선 다국적 임상시험 자금 확대 및 유럽 임상 연구 인프라 강화를 위한 'EU 투자계획'을 마련하고, 헬스·식품·환경을 포괄하는 One Health 관점에서 R&D를 재편할 계획이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솔루션 개발에는 'Horizon Europe' 예산 중 1억유로를 투입하며, 별도로 2억5000만유로를 투입해 신약·첨단소재·바이오 제조 등 생명과학 기술의 산업화를 지원한다.
또한 바이오기술 산업 전반을 규율하는 새로운 'EU 바이오기술법(Biotech Act)' 제정도 추진된다. 혁신 친화적 규제환경 조성을 통해 스타트업과 기업의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유럽혁신위원회 포트폴리오와 투자자 네트워크를 활용한 산업·투자자 매칭 플랫폼도 신설된다.
EU 집행위는 특히 생명과학 기술의 실제 활용도 제고를 위해 공공조달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기후변화 적응, 차세대 백신, 저비용 암 솔루션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3억 유로를 투입해 수요 측면에서 기술 상용화를 견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EU는 생명과학 조정 그룹을 설립해 정책·재정 연계를 강화하고, 시민과 산업계 간 신뢰 구축을 위한 다자 협력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연구에서 기술, 기술에서 시장으로의 전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과 자성에서 나온 접근이다.
이번 전략은 EU 공동연구센터(JRC)의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마련됐다. 유럽 생명과학 산업은 29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조5000억유로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핵심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연구 성과가 시장 솔루션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공세적 투자 확대 속에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신흥 바이오기술 국가안보위원회(NSCEB)'는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중국에 앞서기 위해 향후 3년 내 1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세계 기술 경쟁이 AI, 양자, 바이오 분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EU의 이번 전략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대응책으로 평가된다. 최근 하버드 벨퍼센터의 평가에 따르면 바이오기술 경쟁력은 미국, 중국, 유럽, 일본, 영국 순이며, 한국은 10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앞으로 3~5년간 바이오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정부 차원의 강력한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창업·투자·상장·규제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 바이오 지원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