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점은 AI 분야에만 2조3000억원이 배정돼 전년 대비 106% 증가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반도체, 우주·국방 등 전략 기술 분야도 함께 확대됐지만,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예산 배정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물론 정부는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를 통해 ▲AI 기반 신약개발 ▲의료 빅데이터 활용 ▲방사성의약품 ▲합성생물학 ▲감염병 치료제 ▲첨단의약품 제조 고도화 등 10대 중점 R&D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예산안에 반영하도록 각 부처에 권고했다. 그러나 실제 편성 규모나 비중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간 제약기업의 R&D 동력을 유지하고,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명확하고 지속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한국은 1999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총 39개의 신약이 허가된 반면,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43개의 혁신 신약을 승인했다. 작년 기준 중국의 신약 허가는 48건에 달한다. 절대적인 시장 규모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이는 국가 주도 투자와 전략 육성의 성과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자체적인 역량과 모멘텀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 왔지만, 신약 개발은 자본·인력·시간이 집중되는 고위험 분야다. 유망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 CMC 역량 강화, 희귀질환 치료제 연구 지속 등은 정부의 선제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없이는 어려운 과제다.
이번 R&D 예산 확대는 산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를 준다. 그러나 그 방향성이 실제 산업 전략성과 연결되지 못한다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며, 수출·고용·기술 주권을 실현하는 핵심 성장축이다.
이재명 정부의 R&D 투자가 'AI 중심 지원'을 넘어, 바이오 산업의 실질적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도록 정교한 실행 계획이 뒤따르길 기대한다. 정부의 신뢰와 지원이 있을 때, 기업은 더 과감한 도전에 나설 수 있고, 그 결실은 국민 건강과 국가 성장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