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지난달 29일 자회사 SK Life Science와 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423억원 규모다. 미국시장 판매를 위해 현지 법인에 제품을 공급하는 내부거래다.
반면 올해는 지난달 말까지 2375억원 규모로 축소됐다. 연말까지 기간이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작은 규모다. 9월말까지 기간을 한정해서 보더라도 지난해엔 3786억원, 2023년엔 2640억원 규모 계약이 이뤄졌다.
공시로만 한정짓는다면 공급계약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같은 수치 변화는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의무 공시 기준인 매출액이 크게 늘어난 것에 따른다. 코스피 상장기업은 전년 매출 대비 5% 이상 계약에 대해서만 공시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SK바이오팜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2023년 3549억원에서 지난해 547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5476억원 대비 5% 기준을 고려하면, 현재로선 274억원을 넘는 계약만 의무공시 대상이 된다. 반대로 273억원 이하는 공시 의무가 없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공급계약 규모가 줄어든 건 매출이 늘어나면서 공시 대상 건이 적어진 영향 때문이다. 계약금액이 최근 매출액 대비 일정 비율을 넘어야 하는데 매출이 늘면서 대상 건이 줄어든 것"이라며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물량을 미리 넘겨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엑스코프리 매출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물량 공급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방증한다. 엑스코프리 매출은 2020년 130억원으로 시작해 2021년엔 6배 증가한 782억원, 2022년엔 116.3% 증가한 1692억원을 기록하며 급격히 성장했다. 2023년엔 60.1% 증가한 2708억원, 지난해엔 62% 증가한 3487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역시 2874억원을 기록, 지난해 매출 82.42%를 상반기에 채우며 성장을 예고한 상황이다.
지난달 말 공급계약 규모가 의무 공시 대상이 될만큼 확대된 것은 관세 대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 등 미국 정책 불확실성에 대비, 물량을 미리 공급해 비축해 두겠다는 전략에 나선 셈이다.
아울러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캐나다 CMO 공장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로 변경하거나,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점을 둔 그룹 CMO 계열사 SK Pharmteco 공장을 활용하는 등 방식으로 관세 대응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정책은 여전히 행정명령도 없는 상태로 불확실한 상황이나, 현지 CMO 변경이나 계열사 공장을 활용하는 경우 SK 라이프 사이언스에 공급하는 물량은 기존 대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