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이강의 대외이사. 사진=박으뜸 기자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이강의 대외이사.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응급의료의 최전선에서 환자를 지켜온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정부와 국회를 향해 공개적으로 분노를 터뜨렸다.

최근 잇따라 발의되고 통과된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등 응급실 관련 법안이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한 채,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7일 대한의사협회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응급의료 정책이 전문가와의 협의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의사회는 법적 위험성 감소, 응급실 과밀화 해소, 최종치료 및 취약지 인프라 확충이 전제되지 않은 법안은 실효성이 없으며, 결과적으로 응급의학 전문의를 '희생양'으로 삼는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지난달 29일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 범부처TF' 전문가 회의에는 국무총리, 복지부2차관, 소방청, 국회의원이 참여했고 전문가가 없었다.

이형민 회장은 "전문가가 여기 있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정책을 만든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정치권은 응급실 현장을 지켜온 응급의학 전문의들을 토사구팽하려 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가 없는 나라는 없으며, 환자 수용은 의료적 판단이 필요한 행위인데 행정편의를 위해 강제하려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6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 이송자와의 통신을 위한 전용 '핫라인'을 개설·운영하고 ▲수용 능력 정보를 중앙응급의료센터에 통보하도록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할 경우 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현장은 이미 '작동 중인 제도'가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강의 대외이사는 "응급실 핫라인은 이미 구축돼 있고, 응급의료정보는 중앙응급센터를 통해 NEDIS 자료로 전송되고 있으며 병상정보와 진료정보 역시 응급의료상황판에 공개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효과가 없는 이유를 진단하지 못한 채 새로운 법만 만드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최근 발의한 '응급실 이송전원체계 개편을 위한 응급의료에 관란 법률 개정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개정안은 ▲이송·전원·최종치료 개념 정의▲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 보건복지부령정 ▲구급대원의 전화확인 규정 삭제 ▲수용 불가한 상황에는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사전 고지하는 '수용불가 사전고지 제도' 도입 ▲권역센터(44개), 지역센터(151개) 24시간 2인 1조 근무체계 구축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대외이사는 "최종치료 책임을 응급의료에 전가하고 있다"며 "수용불가의 정당한 사유를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전화확인 삭제 시 연락 없이 이송하겠다는 말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수용불가 사전고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권역·지역센터 24시간 2인 1조 근무를 하려면 최소 2000~2500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인력 수급과 예산이 모두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현행 법안들이 환자 불편을 해결하기보다는 구급대원 민원 해소에 초점을 맞춘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유사한 정책들이 여러 차례 시행됐다가 실패로 끝났고, 또다시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낭비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형민 회장은 "지금 추진되는 법안들은 현장의 전문가 의견이 철저히 배제돼 있다"며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을 바로잡으려면 명확한 원인 분석과 현실적 대책을 제시할 현장 의료인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응급의료 현장은 더이상 쥐어짠다고 나올 것이 없다. 정치권과 정부는 이제라도 책임전가를 멈추고, 현장의 목소리를 겸허히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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