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기관에만 '전원 책임' 강조하는 평가 기준?

감사원 지적받은 복지부, '전원 안전성' 지표‥전원 및 전원 수용 기준 강화
권역 내 전원 시스템도 확충안됐는데, 센터에만 전원 책임 부과 비판

조운 기자 (good****@medi****.com)2018-08-29 06:01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응급의료기관 지정 확충에도 응급환자의 이송지연 및 전원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가 거듭되는 가운데, 정부가 '2019년도 응급의료기관 평가 기준'에 '전원의 안전성' 지표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전원 시스템도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의료기관에만 전원의 책임을 부과한다는 의료기관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지난 28일 '2019년도 응급의료기관 평가 기준 설명회'에 참석한 권역응급의료센터 관계자들
 
지난 28일 보건복지부가 서울 코엑스에서 '2019년도 응급의료기관 평가 기준 설명회'를 개최하고 새롭게 바뀐 평가 기준들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평가 기준은 ▲필수 ▲안전성 ▲효과성 ▲환자 중심성 ▲적시성 ▲기능성 ▲공공성 총 7개 영역으로 구분되며 영역별로 지표가 세분된다.

이날 참석한 권역응급의료센터 관련자들은 신규 지표가 대폭 늘어난 '안전성' 영역의 '전원의 안전성' 지표였다.

해당 지표는 지난 6월 감사원이 보건복지부에 응급의료기관의 전원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 부적정을 지적한 데 따른 조치로 ▲전원의 적절성 ▲전원 사전조치 구축 ▲전원 부적절 지연율-시범 ▲전원 수용률-가점 지표가 포함됐다.

실제로 감사원은 보건복지부가 중앙응급의료센터로 하여금 전원조정센터를 두어 병원 간 전원 조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36개 권역응급의료센터 간 전원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원이 불가피한 예외적인 사유가 아닌데도 중증응급환자를 전원하거나 전문의 판단 없이 전원을 결정하고, 응급의료기관의 전원 요청 미수용에 대한 관리방안이 부재한 점을 지적하며 복지부로부터 시정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전원의 안전성' 지표를 포함해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전원 기준 및 전원 수용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응급환자(KTAS 1~2등급)를 전원시키는 경우, 다음의 권역센터 운영지침에 명시된 경우에 한해 전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단, 이송 사유가 '의료자원 부족'에 해당하면 의료자원 부족에 대한 내용을 의무기록에서 확인 가능해야 하며, 그 근거와 정확한 시점 등을 각종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병실 부족의 경우 OCS, 의무기록, 전산기록,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의 실시간 병상정보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불인정 받은 경우 해당 표본은 '0점' 처리하며, 응급의료기관은 현지점검 종료 전까지 소명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원 수용률'에 대한 평가 기준도 논란이 됐다.

해당 기준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운영지침'에 따라 전원핫라인을 상시 가동하여 다른 병원으로부터의 전원 요청에 대한 수용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다른 의료기관으로부터 중증응급환자 전원을 요청 받은 경우 중증응급환자 전원예외 조항을 제외하고는 환자를 수용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전원 수용률이 70% 이상일 때 0.5점, 50% 이상 또는 전원 의뢰 건수가 없는 경우 0.3, 50% 미만을 경우 0점을 배점한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전라지역 권역센터 관계자는 "KTAS 1~2등급 환자를 전원 보낼 수 없다는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가망이 없는 환자라 도저히 센터에서 보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 전원을 보내야 할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이 예외 사유로 포함되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한덕 중앙권역센터 센터장은 "현실이 그런 것은 알고 있지만, '가망 없는 환자'라고 해서 이를 전원해도 된다고 법적으로 명시하기는 어렵다. 의학적으로는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일 수 있지만 법으로 이런 사항을 예외로 두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또 충청권 권역센터 관계자는 "중앙전원센터에서 전원 의뢰를 많이 받는데, 이 경우 당장 전원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시술과 수술의 경우 해당 과에 문의를 하고 조율을 하는데 최대한 빨리 수용 여부를 답변하려 하지만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렇게 조율하는 중에 중앙전원센터에서 해당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하기로 했다고 하면 힘들게 조율했는데 허무할 때도 있다. 이 경우 우리 병원은 전원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 되는 것이냐"고 질의했다.

윤한덕 센터장은 "사실 이 부분은 감사원의 지적 때문에 급하게 신설된 지표"라고 인정하며, "전원조정센터에서는 환자 상태에 따라 동시에 여러 곳을 알아보면서 그런 일이 생기기도 한다. 상황실에서 응답대기 상태에서 팔로우 전화를 하도록 업무 체계를 바꿔 수용률을 정확히 확인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전원 의뢰를 하면 과끼리 의견을 조율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사실이다. 병원 내에서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또 한 수도권 권역센터 관계자는 "가끔 너무 먼 권역의 환자를 전원 조정센터에서 전원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턱도 없이 먼 곳에서 환자를 받아달라고 하면 당혹스럽다. 실제로 마산에 혈압도 불안정한 환자의 전원 의뢰가 온 적이 있는데 서울에 있는 우리 병원이 이걸 수용해야 할지 난감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앙전원센터가 권역 내 환자의 전원 흐름도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료기관 평가 기준에 전원 기준을 강화해 의료기관에게만 강제로 그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져 향후 논란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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