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 시행 1년..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출 0.3%뿐

보건복지부 "빠른 시기에 비교적 제대로 정착했다" 자평에 '된서리'
자기결정 존중과 품위 있는 죽음을 취지로 시행하는 제도인데, 여전히 3분의 2는 가족이 대신 결정

서민지 기자 (mjseo@medipana.com)2019-02-27 06:02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이른바 '김할머니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지난해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죽음을 눈 앞에 둔 환자나 불치병을 앓고 있는 말기 환자가 더 이상 무의미한 치료인 '연명의료'를 받지 않고 자연적으로 죽을 수 있도록 선택하는 제도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연명의료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즉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면서 품위를 지키면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을 위해 총 290개소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했으며, 지난 1년간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11만 5,259건 작성됐다.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이행을 통보한 경우는 총 3만 6,224건으로 기록됐다. 이를 결정한 방법은 환자가족 전원 합의가 35.9%, 환자가족의 진술 31.8%, 연명의료계획서 31.5%, 사전연명의료의향서 0.8% 순이다.
 
복지부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은 비교적 제도가 잘 정착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앞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및 등록 접근성을 확대하고, 전문가 양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연명의료 결정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상을 보면 "제대로 정착 못했다"..여전히 3분의 2는 가족 결정대로
 

하지만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는 연명의료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법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으나 수정, 보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복지부에서 11만명이나 사전의향서를 제출한다는 수치를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20세 이상 성인인구의 0.3%에 그치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에는 성인 45.6%가 사전의향서를 작성하고, 미국 내 콜로라도주의 경우에는 66.4%에 달하는 성인이 이를 작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교수는 "더욱 문제는 입원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의향성을 대부분 작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사망자 3분의 2가 가족에 의해서 연명의료 중단 등의 결정을 내리고, 중단이 이행된 경우도 12.7%에 그친다"고 비판했다.
 
종합해보면 사실상 연간 사망자 중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이행된 비율은 0.1%로, 제도가 시행된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정착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취지대로 제도 정착하려면? 응급실·입원실서 작성 근거 법 개정 
 
따라서 윤영호 교수<사진>는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제도 취지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병원 입원시나 응급실 방문 환자에게 사전의향서 작성여부를 확인해 의무기록에 남기도록 하고, 이를 희망하는 경우 작성할 수 있도록 연명의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이미 이는 미국, 독일 등에서는 법적 근거 하에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건강보험공단은 건강할 때, 중증질환 진단시, 말기 진단시 등 총 3회의 사전의향서 작성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이에 따른 의료비 절감을 분석해 비용효과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복지부와 제도를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환자 본인이 해당 제도를 숙지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건보공단은 물론 주민센터, 사회복지관, 인터넷 동영상 등을 통해 연명의료 중단 절차에 대한 교육이 적극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환자들의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호스피스와의 연계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범부처적인 노력과 국가 웰다잉 아젠다 제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교수는 "복지부 뿐 아니라 행안부, 여가부, 노동부, 교육부, 문체부, 지자체 등이 웰다잉 문화 확산과 교육, 인프라 구축 등을 같이 시행해야 한다"면서 "죽음에 대한 사고 전환과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범국민적 웰다잉 문화 운동도 전개해 모든 국민이 품위를 지키면서 죽음을 맞이할 권리를 보장받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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