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감정 한 줄 근거로 형사재판 '유죄' 판결…"문제 있다"

의료 전문지식 부족한 사법부, 단순 감정 근거로 판결…의료 특수성 고려한 엄격한 잣대 필요

조운 기자 (good****@medi****.com)2021-04-15 06:06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의료과실이 형사재판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확대되는 가운데, 의료 전문지식이 부족한 재판부의 의료감정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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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개최한 '의료행위의 형벌화와 행정처분의 제문제' 토론회에서 형사사건에 있어 의료 '감정(鑑定)'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날 법조계 패널들은 의료 전문지식이 부족한 사법부가 의사 1~2명에 의한 감정촉탁 결과를 바탕으로 형사처벌을 결정하거나, 환자와 의료진 사이 조정과 중재를 목적으로 하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의 감정을 의료인에게 다소 불리하게 적용시킨 사례들을 소개했다.


김해영 법제이사는 지난 2018년 1월, 1심 법원이 산부인과 의사에게 8개월의 금고형을 선고했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자궁 내 태아사망 사건'에서, 해당 실형 선고에서 중재원의 감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중재원은 해당 산부인과 의사가 자궁 내에 있던 태아의 심장박동수를 세심하게 관찰했다면 하는 아쉬움을 표현했는데, 이를 놓고 1심 재판부가 의료진이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해 실형을 선고했던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자궁내 태아 사망의 원인이 모두 불명이고, 권고 내용을 따르더라도 사망이라는 악결과를 막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형방상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판결을 내렸고, 대법원 역시 환자 측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려 확정됐다.


김해영 법제이사는 영국의 경우 중과실치사죄가 최고 수준의 과실을 의미하는 만큼 ▲사망자에 대한 보호의무 존재 ▲보호의무를 부주의하게 위반할 것 ▲주의의무 위반 당시의 지식에 근거해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심각하고 명백한 사망 위험이 발생했음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을 것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것 ▲주의의무 위반이 매우 심각한 과실로 평가될 것 등 5가지가 입증돼야 의료인을 중과실치사죄로 유죄판결을 받도록 엄격한 잣대를 만들어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이동필 법무법인 의성 대표변호사는 사법부가 의료 사건의 민사와 형사가 엄연히 다름에도 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개인을 처벌하는 제도인 형사재판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돼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범죄의 구성요건이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다면 당연히 무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의료사고에 대한 (일부)형사재판에서는 의료소송(민사재판)에서의 과실과 인과관계 추정의 법리와 형사재판에서의 법리를 정확히 구별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 분야 역시 갈수록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전문의로서도 판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고 전문의마다 견해가 달라질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민사재판에서나 형사재판에서나 재판의 대상이 된 의료행위가 적절했는지에 관해 1명, 많아야 2명의 의사의 감정소견에 따라 사실상 결과가 좌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에는 민사재판에서 감정의사 1명의 감정의견에 따라 재판부가 과실을 추정하여 판결이 되면, 환자 측이 그 판결문을 증거로 삼아 의사에 대해 형사고소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심지어 형사재판 담당 판사도 '민사재판에서 이미 과실이 있다고 확정판결이 있었으므로 당연히 형사에서 유죄가 아닌가'라는 유죄 심증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한 의료 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정을 실시하는 의사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재판의 판결 기초가 된 의학 감정이 의사들의 비판이 될 경우 의학감정에서 소극적이 되거나, 편파적 감정이 이뤄지는 경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김해영 법제이사는 "의료과실에 대한 민사 사건과 형사 사건을 명확히 분리하고, 해외와 마찬가지로 형사 책임으로 처벌할 때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감정의의 어감 하나에 따라 판결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문제가 있기에, 의료과실에서 악결과에서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한 세심한 접근이 중요함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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