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여전한 '성인 아토피', 꾸준한 치료에 한계 있다

군입대 아토피 피부염 환자 증가 예상…군 생활은 질환 악화에 영향
해외 유학 시에도 치료 중단 우려…삶의 질 저하 막으려면 적절한 치료 필수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22-08-22 06:06


[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최근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적지 않은 환자들은 꾸준한 치료가 어려워 삶의 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흔히 영유아기와 소아기에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피부질환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성인 아토피 피부염 사례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아토피 피부염 환자(질병코드 L20) 중 20세 이상의 성인 환자 비중은 52%로 2017년 42%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이 확인됐다.

성인 아토피 피부염은 유병 기간이 길고 증상이 심해 호전된 뒤에도 재발이 잦다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정기적인 관찰을 하며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군대에 입대하거나 해외 유학을 가는 경우, 또는 스포츠 선수 등 2030세대 환자 중 꾸준한 관찰과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아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군 생활이 아토피 피부염 악화에 영향…입대 환자는 증가 전망

실제로 군 미필자나 환자 정보공유 커뮤니티 등에서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군 입대와 관련한 질문이 심심찮게 확인된다. 군 입대는 신체가 건강한 청년에게도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유발하는 한 이유가 되는데,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입대 시 병원 방문과 치료가 더욱 어려워져 이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병역판정검사를 통해 현역 입대나 보충역, 전시근로역 등이 결정되는데,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최근 1년 내 6개월 이상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중등도 이상이 돼야 4급 이상의 판정을 받는다. 따라서 치료 이력과 의사 소견서가 있어도 치료를 중단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지만, 신체검사 시점에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면 1급 또는 3급 판정을 받아 현역으로 입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내 20대 남성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증가하는 반면 병역자원은 감소하고 있어 현역으로 입대하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기준 국내 20대 남성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7만2905명으로 2017년 5만3340명 대비 약 2만 명이 늘었는데, 4급 이상 판정을 받기 어려워 중증의 환자들도 현역으로 입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과장은 "성인 아토피 피부염은 완치는 어렵고 습도의 변화, 알레르기 항원 노출, 과도한 땀 분비, 스트레스, 자극 물질 노출 등에 의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면서 "사회와 단절된 집단생활을 하는 군대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높고 주변 환경 개선은 어려워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의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해외 유학·공식 경기 참여 운동선수도 치료에 한계

군 입대를 앞둔 환자와 함께 해외 유학이나 연수, 공식 경기에 참여할 예정인 운동선수 역시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해외 유학·연수의 경우 언어 소통이 완벽하지 않은 나라에서 자신의 증상을 자세히 설명해 치료를 받는 것도 어렵고, 언어가 잘 통한다 하더라도 과거에 받은 치료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걸림돌로 작용한다. 

무엇보다도 자국민이 아닌 경우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이 큰 편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혼자 생활하다 보면 건강하지 못한 식사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고, 환경 변화와 함께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증상이 더 악화되기 쉽다. 실제로 유학 중에 조기 귀국하거나 한국에 돌아와 치료를 받고 다시 돌아가는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선수 역시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자유롭게 받기 어렵다. 중등도 이상의 아토피 피부염은 증상에 따라 국소 스테로이드나 국소 면역조절제, 항히스타민제는 물론 경구 스테로이드와 면역조절제, 광선 치료 등으로 치료를 이어간다. 

그러나 도핑 테스트에서 약물이 검출될 경우 경기 출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시즌 중 약물 치료는 피하는 것이 일상이 된 운동선수들이 많다.

스테로이드의 경우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물과 경기력 향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의 종류가 다르지만, 개개인의 선수들은 알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일례로 지난 2014년 야구선수 B씨는 피부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한 약물이 도핑테스트에서 검출되면서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검출된 글루코코티코스테로이드인 베타메타손은 아토피 등 피부질환 치료를 위해 흔하게 사용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는 사용 불가한 약물로 정하고 있고,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선수들이 이를 모두 챙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삶의 질 저하 막으려면 적절한 치료가 필수

아토피 피부염은 만성적인 경과를 갖는 질병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는 것조차 어렵다. 대표적 증상인 '가려움증'이 악화돼 피부를 긁게 되면, 긁은 부위에 염증이 생기고, 염증이 생기면 이로 인해 다시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가려움증은 밤낮 없이 나타나 자고 일어나면 피부 사이로 피와 진물이 나거나 온몸에 상처가 생기는 일도 허다하고, 제대로 잠들기 어려워 수면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치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최근에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 신약들이 속속 국내에 상륙하면서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2018년 국내에서 허가 받은 사노피-아벤티스의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를 비롯해 지난 5월에는 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가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보험급여를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이 개발 중인 약물도 임상이 진행 중으로, 대표적으로 강스템바이오텍의 세계 최초 아토피 피부염 줄기세포 치료제 '퓨어스템-에이디주'의 국내 임상3상이 진행 중이다.

다시 말해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치료법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앞서 언급했던 군 입대, 해외 유학 등을 앞둔 환자들도 이를 최대한 활용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박영립 순천향대 부천병원 피부과 교수는 "성인 아토피 피부염은 의료진과의 꾸준한 상담을 통해 스테로이드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핵심 치료임에도 국내에서는 스테로이드 제제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으로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기대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많다"면서 "전신 스테로이드와 면역조절제 등을 장기간 남용하면 체중 증가, 부신피질 기능저하, 신장의 독성, 혈압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올바르게 사용하며 모니터링한다면 문제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 JAK 억제제 등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면역 경로의 특정 부분만을 차단해 부작용은 낮추고 기존 약제로 조절되지 않던 중증의 환자에서 피부 병변과 가려움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들도 연이어 출시돼 더 다양한 치료가 가능해졌다"며 "많은 환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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