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혁신' 마이크로니들 "융합적 관점에서 안전성 확보한 규제 필요"

[인터뷰]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산하 마이크로니들융합연구회(KSCRM) 회장단
지난 8월 발족, 현 회원 36개사…글로벌 규제와 조화이루는 국내 가이드라인 확립 필요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3-11-09 06:05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산하 마이크로니들융합연구회 회장단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주소경 (주)스몰랩 전무이사,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본부장, 장관영 마이크로니들융합연구회 회장, 한상아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주임, 이강오 마이크로니들융합연구회 부회장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 의약품은 '의료기기'와 '의약품'이 합쳐진 융복합 의료제품입니다. 그만큼 제도 또한 '융합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지난 8월 발족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산하 마이크로니들융합연구회(KSCRM, 이하 연구회)의 장관영 회장(커서스바이오 전무)과 이강오 부회장(에스엔비아 대표)은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이 매우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융복합 기술임을 피력했다. 

마이크로니들은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이 10대 미래유망기술 중 하나로 주목한 차세대 약물전달기술이다. 

주사 바늘의 크키가 머리카락의 1/3 수준인 수백 마이크로미터(㎛) 이내여서 환자들의 주사 치료에 대한 공포감과 통증을 줄여 투약 순응도 및 복용 편의성을 높이고, 패치 제형의 특성상 위장관을 거치지 않아 약물 전달율 및 생체 이용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일반 화학 의약품부터 펩타이드 같이 분자가 큰 바이오 의약품, 백신, 항암제 등 매우 폭 넓은 종류의 약물을 탑재할 수 있고, 장시간 연속투여 및 혈중 농도 조절이 용이하며, 안정성이 높아 유통 시에도 콜드체인 시스템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편의성을 크게 증대시킨다. 

새로운 블록버스터 신약의 개발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특허가 만료된 치료제의 경우 마이크로니들화를 통해 개량신약으로 발전시키면 신약개발 사업화의 리스크도 감소시킬 수 있다. 문제로 지적되던 양산성은 자동화를 통해 해결이 됐고, 신뢰성 또한 에피커시(Efficacy)가 충분히 올라왔다.

이에 최근 대웅제약,  GC녹십자, JW중외제약, 동아ST 등 국내 대형 제약사들도 마이크로니들 치료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다. 
장관영 마이크로니들융합연구회 회장(왼쪽)과 이강오 부회장(오른쪽)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장 회장과 이 부회장은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이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차세대 기술인 만큼 혁신 기술의 수용 측면에서 시장에 빠르게 진입시킬 수 있도록 규제에도 속력을 내야하지만, 무엇보다 '약'이기 때문에 안전과 품질을 잘 지켜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므로 '안전성'과 '혁신'을 모두 놓치지 않으면서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다만, 마이크로니들은 의료기기와 의약품이 함께 융합된 융복합 의료제품인 만큼 규제를 정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의 제품에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만큼 융합 제품에 대한 '정체성'을 정해야 하는데 마이크로니들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도 명확하게 결정된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는 좋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가가 관련 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최근 2~3년 동안 미국, 유럽 등에서 허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규제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마이크로니들 품질 가이드 영문판', '국소 적용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일반의약품 개발 질의·응답집'을 발간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내 마이크로니들 산업의 큰 방향성은 정해졌지만, 제조, 니들의 형태, 의약품 분류에 관한 이슈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김주희 마이크로니들연구회 부회장이
줌을 통해 인터뷰에 함께 참여했다.
아주대학교 교수로 융복합의료제품 촉진지원센터의 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주희 마이크로니들융합연구회 부회장은 "식약처는 '현장에 맞는 규제를 한다'는 기조로 기업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있어왔다"면서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올해 연구회가 발족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앞으로 연구회가 해야할 역할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마이크로니들 관련 기술 부분에서 세계적으로 굉장히 뛰어난 편이지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규제 관련된 부분을 지속해서 디벨롭(Develop)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평한 김 부회장은 "국내 규제와 글로벌 시장의 규제가 조화를 이뤄야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허가'를 내어줘야 하는 부분에서 이해가 상충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은 바늘이라는 '의료기기'에 약물인 '의약품'이 더해진 것이어서 두 가지 규제를 모두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국내에서 단순 의료기기 혹은 단순 의약품으로 허가가 이뤄졌는데, 수출 시 규제가 다른 국가에서는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생산설비 및 품질관리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상황을 맞닥뜨려야 할 수 있다. 이에 융복합 의료제품의 관점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려면 관련 사항에 대해 대비를 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도 적절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  

이 부회장은 "마이크로니들 제조는 제조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며 "다만, 이것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회장단은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허가에 대한 규제기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하며, 이 가이드라인은 국내와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연구개발 및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 어떤 조정이 있어야 하는지, 블록버스터 신약 및 개량신약 개발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마이크로니들 산업 규제 관련 글로벌 워킹그룹이 존재한다고 밝힌 김 부회장은 "향후 연구회에서 해당 워킹그룹에 참여해 확인한 글로벌 규제 트렌드와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식약처에 전달해 베스트는 아니더라도 더 나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소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쉬운 길이 아닌 올바르게 가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한 이 부회장에 이어 장 회장은 "약물이 피부에 스며드는 것과 같이 마이크로니들 산업의 방향성은 '스며드는 혁신'이 돼야 한다. 천천히 관련 산·학·연의 의견을 파악하면서 안전성과 효능을 확보한, 융복합 의약품에 맞는 혁신적인 허가 규정과 품질관리가 새롭게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회에는 현재까지 마이크로니들 바이오 기업뿐만 아니라 제약사, 대학교, 연구원(센터), 지역특구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 36개사가 참여한 상태다. 장 회장은 향후 80개 이상의 기업과 기관이 모여 마이크로니들 산업의 발전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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