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에 진심' 보령, "항암제 주권 확립에 최선 다할 것"

[제약기업 2024년 신년 CEO 인터뷰] ③보령 장두현 대표이사
항암제 연매출 2000억 원대…국산 항암제 공급에 선도적 역할
LBA 전략으로 매출·수익성 향상…NRDO 전략으로 신약 개발 효율성↑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24-02-13 06:07

[제약기업 2024년 신년 CEO 인터뷰] ③보령 장두현 대표이사

[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국내 항암제 시장은 다국적 제약사가 이끌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항암제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로, 언제든 수급 불안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항암제의 경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뒤따를 수 있는 만큼 안정적 공급은 그만큼 우리나라 보건안보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보령은 항암제 부문에 꾸준하게 투자를 이어가면서 암 환자에 대한 최적의 치료 여건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국내 제약사 중 항암제 시장 점유율 1위라는 사업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보령 장두현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항암제 주권을 확립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항암제 처방 상위 10개사 중 유일한 국내사…안정적 공급 위해 총력

최근 국내 의약품 시장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공급 불안정 문제가 꼽히고 있다. 다양한 의약품이 불안정한 수급 문제로 품절 문제를 겪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공급중단-부족 보고 현황'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252건의 의약품 공급 중단과 176건의 의약품 부족이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공급 문제는 일부 필수항암제에서도 발생하는 모습으로, 이로 인해 암 환자들의 치료 일정을 미루거나 다른 약제로 대체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항암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필수항암제의 공급이 불안정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글로벌 항암제 시장은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아이큐비아 자료를 인용해 발간한 '글로벌 항암치료제 최신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항암제 시장은 2022년 1960억 달러(한화 약 261조 원)에서 2027년 약 3750억 달러(한화 약 501조 원)으로 92%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신약개발에서도 항암제의 비중이 높은 모습으로, 국내에서도 전체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1650개 중 암 질환이 35%에 해당하는 578건을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인다.

문제는 국내에 항암제를 공급하는 주요 제약사들이 대부분 다국적사라는 점이다.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국내 항암제 처방액 규모는 약 3조 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다국적사 제품 비중은 76.4%에 달한다. 처방액 상위 10개사 중 2478억 원으로 4위에 이름을 올린 보령을 제외한 9개사는 모두 다국적사다.

이처럼 항암제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들의 활약이 미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보령이 유독 두각을 보이는 것은 항암제가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공공재라는 인식을 갖고 노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령은 항암제부터 항암보조 치료제에 이르는 30여 종의 항암 품목으로 환자와 의료진에게 다양한 치료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보령은 '보령에피루비신염산염주(성분명 에피루비신)'와 '이피에스(성분명 에토포시드)', '에이디마이신주사액(성분명 독소루비신)' 등 매출원가율이 100% 가 넘는 제품들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열악한 원가구조에도 불구하고 '환자 우선의 가치'를 지키며 마땅히 대체할 약물이 없는 필수항암제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1년간 국내 항암치료제 처방액(아이큐비아 기준) 중 국내사 제품의 전체 처방액은 7300억 원 규모였으며, 이 가운데 보령은 31.2%를 차지해 항암제 공급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보령은 지속적인 자체 제품 출시를 통해 국산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소화기암과 폐암, 여성암, 혈액암, 비뇨기암 등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제네릭 및 개량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계획이다.

기존 제품의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보령은 항암제 '젬자(성분명 젬시타빈)'을 기존 분말 형태에서 액상주로 제형을 개선했다.

국내 최초로 무알코올 도세탁셀 액상제제인 '디탁셀(성분명 도세탁셀)'을 출시하기도 했다. 첨가제인 에탄올을 다른 첨가제로 대체함으로써 알코올 성분으로 인한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게 됐다.

◆한 발 앞선 도전으로 시장 리딩…생산 역량 인정받아

보령은 일찌기 2007년부터 '항암제 전담팀'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2019년부터는 'Onco본부'를, 2020년부터는 'Onco부문'으로 점차 조직을 확대하는 한편,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스터디를 병행해 항암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사내에서 가장 큰 조직 규모인 '부문'급으로 항암제 조직을 운영하는 경우는 국내 제약사 중 보령이 유일하다.

이에 더해 2021년에는 국내 유일의 혈액암 전문그룹을, 올해 1월부터는 폐암팀을 신설해 암종별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조직을 별도로 구축하는 등 체계를 확대해가고 있다.

특화 조직을 갖추는 것과 함께 보령은 합성의약품에서부터 바이오시밀러, 항암보조 치료제에 이르는 다양한 항암 제품 포트폴리오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항암제 사업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해 2019년 매출 798억 원에서 2023년에는 2170억 원으로 4년만에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일각에서는 항암제 사업의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올해 매출 1조 원, 영업이익 100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뒤따르고 있다.

보령의 항암제 사업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으로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통해 글로벌 다빈도 항암제를 자산화·내재화 함으로써 해당 항암제의 안정적 공급과 함께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LBA란 특허 만료 이후에도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하는 전략으로, 자산화한 제품은 캐시카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지렛대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보령은 현재까지 젬자와 '알림타(성분명 페메트렉시드)'를 인수해 자사 품목으로 전환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시장을 리딩하는 오리지널 품목에 대한 인수를 지속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적 수준의 항암제 제조역량도 보령이 시장에서 앞서갈 수 있는 동력으로 풀이된다.

항암제 생산을 위해서는 별도의 전문적인 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항암제 생산에 대한 의지와 투자 없이는 시설을 구축하거나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독성물질인 항암제 생산을 위해서는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는 작업자가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 등으로 인력 유지·활용에도 애로사항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보령은 항암제를 대량 생산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제조시설과 전문인력을 갖추고 있다. 2019년 준공된 보령의 세포독성 항암주사제 생산시설은 약리활성이 높은 의약품도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는 최신식 '아이솔레이터 시스템(Isolator System)'을 대부분으 제조공정 단계에 갖췄다. 

국내에서는 2020년 11월 식약처를 통해 GMP 승인을 받은 이후 같은 해 12월 말부터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벨킨주(성분명 보르테조밉)' 생산을 시작했고, 이후 예산공장의 항암주사제 생산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2월에는 EU-GMP 인증을 획득해 세계적 수준의 항암제 생산 역량을 인정받기도 했으며, 유럽은 물론 세계 시장 전반을 대상으로 항암제 수출 및 CDMO 사업을 추진할 수 이는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로 보령은 LBA 전략을 통해 자산화 한 젬자를 예산캠퍼스에서 직접 생산, 글로벌 항암제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했다.

◆신약개발 순항 중…NRDO 전략으로 파이프라인 확장

보령은 제네릭 항암제 및 LBA 전략을 통한 안정적 공급에 더해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희귀암에 대한 신약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재 보령은 자사 항암신약으로 'BR101801(프로젝트명 BR2002)'을 개발 중으로, BR101801은 암세포의 주요 성장 조절자인 PI3K 감마(γ), PI3K 델타(δ), DNA-PK를 동시에 삼중 저해하는 혁신신약(First-in-Class)물질이다. 

말초 T세포 림프종(Peripheral T-Cell Lymphoma, PTCL) 치료제로 개발 중으로, 최근 완료된 임상1b상 시험에서 완전관해 2명, 부분관해 1명이 확인됐다. 2021년 완료된 임상1a상의 결과(완전관해 1명, 부분관해 2명)를 포함해 총 19명의 임상1상 유효 평가 환자 중 6명에게서 효능을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미국혈액학회(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 ASH)에서 임상1상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PTCL에 대해 기존의 표준요법을 포함한 다른 치료제로 1차 이상 치료했음에도 효과가 없거나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 우수한 임상적 효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향후 PTCL에 대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R101801은 2022년 10월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바았으며, 지난해 8월에는 식약처로부터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국내 희귀의약품 지정 시 조건부허가를 통해 임상2상 완료 후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어 조기출시가 가능해졌다. 올해 1분기 중에 임상1상 최종결과 보고서를 완료할 예정이며, 올해 안으로 임상2상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전략에 초점을 맞춰 신약개발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NRDO는 신약 후보물질을 바이오텍 등 외부에서 도입해 임상 단계에 빠르게 진입하는 한편 개발에만 집중하는 사업 모델이다.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 단계 등 기초연구를 건너뛰고 임상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발 효율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보령은 바이오텍들과 지속적인 공동연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 항암제 뿐만 아니라 당뇨, 중추신경계(CNS), 간 질환 등 다양한 분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장두현 대표는 "그동안 보령은 '국내 항암제 시장점유율 1위'라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다빈도 필수항암제의 국산화를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앞으로도 K-항암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공급함으로써 암환자에게 최적의 치료여건을 제공하는 등 항암제 주권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