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의약품 배달, 약물 파손 및 성분 변화 가능성 우려

규제 및 대책 없는 의약품 택배 배송, 국민 건강에 악영향 가능성
의료취약지역으로 약 배송 하는 경우, 더더욱 신중한 접근 필요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02-28 06:01

동절기 의약품 배달의 위험성 연구 과정 중 온도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의약품들이 확인됐다.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최근 비대면 진료의 확대 및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으로 인해 약 배송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동절기 배송 시 낮은 온도가 약물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약준모)의 박현진 박사는 '혹한기 의약품 배달의 위험성 - 택배 배송 시 동절기 온도 변화 추적 사례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12월 19일부터 1월 31일까지의 혹한기 기간동안 일반적인 박스 포장에 각각 온습도 기록계를 부착한 뒤 수도권에서 강원, 경북, 전북, 충북, 제주 등의 지역으로 택배를 왕복 발송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배송기간은 영업일 기준 내륙 최호 2일에서 최대 4일, 제주 기준 3일에서 5일까지 걸렸다. 

직접 조사를 시행한 결과, 택배가 배송되는 동안 지역에 따라 택배의 온도는 영하 10도에서 20도 사이를 오르내렸다. 특히 택배에 따라 의약품의 동결이 발생할 수준의 온도에서 10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상황에 따라 급격한 온도변화가 발생하는 등 이동 및 운송이 이뤄지는 구간에서 온도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약준모는 "의약품의 경우 일반적인 상품이나 식료품과 달리 높은 온도에 따른 변질뿐만 아니라 낮은 온도에 따른 의약품의 성분 변질 및 제형 손상 등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혹한기의 무분별한 의약품 택배 배송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포장 및 성분별 별도 밀봉 포장 형태로 조제되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개봉 후 간이포장 형태가 일반화된 한국의 조제 특성상 온도 및 습도 변화에 약물이 더 민감하게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약준모는 이번 조사에서 택배에 동봉한 시럽제 중 일부가 동결된 상태로 전달된 것을 확인했으며, 갑자기 실내의 따뜻한 온도에 노출된 의약품에 습기가 맺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12월, 1월 모두 지역에 따른 온도 차이는 일부 있었으나, 전국 각지로 발송한 택배에서 영하의 극한 온도에 택배가 그대로 노출됐다. 영하 온도에 10시간 이상 장기 노출된 의약품은 온도에 따른 동결 및 변질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기 SNS 광고 등을 통해 많은 수가 배송된 주사제의 경우, 동결로 인한 제품 파손 및 성분 변화의 우려로 인해 보관조건에서 동결보관을 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약준모는 "현재 시범사업에서 특별한 규제 및 대책 없이 의료취약지역으로 의약품의 택배배송이 허용됐다"면서 "의약품의 배송 및 전달과정에서의 다양한 특성에 대한 연구 및 고려없는 무분별한 배송 허용이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의 문제에 영향을 끼칠 우려는 명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의료취약지역으로 약을 배송하는 경우, 의약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 대응이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실제 배송조건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규제 및 제어돼야 할 의약품들이 기본적인 의약품의 안정성을 무시한채 무분별하게 전달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부는 배송 과정에 있어서의 엄격한 가이드라인 및 관련 규제를 재정비하고, 배송 과정에서의 문제로 국민의 생명 자체가 영향을 받는 상황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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