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콜린 제제 환수 사태, 제약산업에 던지는 법·의학적 경고

법무법인 대륜 의료제약그룹 윤소영 변호사

메디파나 기자2025-05-12 06:00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이하 콜린 제제)가 건강보험 급여 체계 내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받고 있다. 오랫동안 뇌기능개선제로 처방돼 온 콜린 제제는 최근 보건복지부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임상재평가 요구와 급여 적정성 검토에 직면하면서 제약업계 전반에 커다란 충격을 던지고 있다.
 
콜린 제제는 주로 노인성 인지저하, 경증 치매 증상 개선 목적으로 사용돼 왔다. 약리기전상 아세틸콜린의 전구체로 작용해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을 돕는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 기대와 달리, 현재까지 글로벌 임상 기준(GCP)에 부합하는 대규모 연구들에서 콜린 제제가 플라시보 대비 명확한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보였다는 유의미한 결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
 
특히 2020년 이후 국내외에서 수행된 주요 임상연구 및 메타분석 결과를 보면, 콜린 제제는 기억력 개선, 치매 진행 억제 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별적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이는 보건 당국이 콜린 제제의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결정적 근거가 됐다. 결과적으로 건보는 제약사들에게 건강보험 급여로 청구된 약제비에 대해 환수 협상을 제시했고, 이에 따라 일부 제약사들은 환수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환수 조치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대거 행정소송에 나섰다. 이들은 '환수 협상은 강압적이었고, 소급 적용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일관되게 제약사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법원은 '환수 합의는 제약사의 자유의사에 따른 계약이며, 공공재정의 보호를 위한 환수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환수는 급여 삭제라는 공식적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사후 적정성 검토를 통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이는 향후 유사한 급여 환수 분쟁에서도 국가 측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높인 의미 있는 판결이다.
 
의료적으로도 콜린 제제의 입지는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제약사들은 자구책 마련을 위해 콜린 제제의 효능을 입증할 새로운 임상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학계나 규제당국을 납득시킬 만큼 강력한 결과를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환수금 확정 여부와는 별개로 향후 임상재평가 결과에 따라 콜린 제제의 급여 삭제 또는 대폭 축소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임상재평가 결과 콜린 제제가 인지기능 개선에 대한 충분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건강보험 급여 자체가 삭제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이미 청구된 급여액 환수는 물론, 매출 기반 붕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일부 제약사는 이미 환수 예정금을 환불 부채로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재무구조 악화, 신용등급 하락, 투자유치 실패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제약업계 전체에 몇 가지 중대한 교훈을 던졌다.
 
첫째, 과학적 근거 없는 약제는 결코 보험급여 체계 내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사용 관행''의료진 선호'에 기대어 급여 유지가 가능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명확한 임상근거와 비용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급여 축소·삭제가 가차 없이 진행된다. 이는 제약사들에게 초기 연구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수준의 임상 전략을 준비할 것을 요구한다.
 
둘째, 법률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다. 이번 소송에서 드러났듯, 환수 합의는 단순한 협상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을 갖는 계약이다. 향후 제약사는 건보와 환수 협상을 체결할 때 환수 조건, 소급적용 범위, 이의제기 절차 등에 대해 사전 법률 검토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불리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사후 소송만으로 이를 뒤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다.
 
셋째, 경영적 체질 개선의 필요성이다. 특정 품목 매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위기 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 콜린 제제 환수 사태는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회사 전체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제약사들은 리스크 분산을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 신약 개발 역량 강화, 글로벌 진출 확대를 필수 전략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콜린 제제 환수 사태는 단지 하나의 약제에 대한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 제약산업 전반에 대해 과학적 근거 기반 강화, 법률 리스크 관리, 지속가능 경영을 요구하는 일종의 '경고장'이다. 더 이상 과거 관행에 기대어 안주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앞으로 제약업계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교훈 삼느냐에 따라 한국 제약산업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기고| 법무법인 대륜 의료제약그룹 윤소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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