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2023년 코로나19에 대한 엔데믹(Endemic) 선언 이후, 경각심이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국내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수는 인플루엔자 입원자 수 대비 3배 많은 것으로 집계돼 사실상 상주 감염병으로 자리잡았다. 특징적인 증상이 없어 질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임상적 이질성이 높은 바이러스인 만큼 가능한 한 전문가의 진료를 통해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민정 한국화이자제약 의학부 부장은 최근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약해지는 것을 우려하며, 적극적인 코로나19 진단 및 치료와 함께 기관 및 기업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민정 부장은 "코로나19이 질병부담은 인플루엔자와 비교했을 때 발생률과 중증도 측면에서 더 높다. 이는 위험성이 더 크다는 뜻"이라며 "미국에서 코로나19와 계절성 독감 사망 위험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30일차 입원 환자의 사망률은 5.97%로 계절성 독감 환자의 사망률 3.75%에 비해 높았다"며 다른 감염병 대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고 언급했다.
다만 코로나19는 발열·호흡곤란 등 전형적인 증상이 있는 인플루엔자, RSV(Respiratory Syncytial Virus) 등 다른 감염성 바이러스들과 달리 특징적 증상이 없고, 초기에 무증상 또는 경증에 그친다. 이에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진 측면이 있다.
초기 증상이 약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선천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을 가진 데다, 감염 후반부 일부 환자들은 중증으로 악화 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과다 분비로 정상세포와 조직을 손상시켜 폐렴이나 호흡곤란, 혈전 형성, 심부전, 심방세동 등 위험도가 높은 합병증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결코 가벼운 질환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은 크게 ▲고령자 ▲18세 이상의 기저질환자(당뇨·고혈압·심혈관 질환·만성 폐 및 신장질환·BMI 30 이상·신경발달장애·파킨슨병·치매·정신질환 등) ▲18세 이상의 면역저하자(면역질환자·면역억제제 복용자·면역저하자) 등 3가지 범주로 구분된다.
그중 연령은 코로나19 중증화의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국립건강통계센터의 국가생명통계시스템이 2020년 2월부터 2022년 7월 1일까지 미국에서 백신 미접종자 사망 사례를 포함한 모든 사망 사례를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65~74세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은 18~29세에 비해 60배 높았으며, 75~84세에서는 140배, 85세 이상에서는 340배 높았다. 국내에서 조사한 통계 역시 65세 이상에서의 치명률이 65세 미만 대비 4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성 부장은 "많은 환자가 증상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진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의 진단 자체가 지연되기 쉬운 상황"이라며 "코로나19 고위험군의 경우 중증화로 인한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데, 진단 지연으로 코로나19 중증화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까지 항바이러스 치료 혜택을 놓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모든 항바이러스제는 기전적 특징으로 인해 일정한 복용 시점이 정해져 있다. 인플루엔자 치료제의 경우는 증상 발현 후 48시간 이내 복용해야 하며, '팍스로비드(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와 같은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는 5일 이내 투여가 필요하다.
성 부장은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는 치료제 투여가 적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팍스로비드의 임상적 유용성을 증명한 EPIC-HR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PIC-HR 연구는 중증 진행 위험이 높은 비입원 성인 코로나19 환자 중 증상 발생 5일 이내인 환자 21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글로벌 임상 2/3상 연구로 한국 환자를 포함해 진행됐다. 1차 평가 변수는 치료 28일차까지 코로나19 관련 입원을 포함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상대위험도였다.
연구 결과, 팍스로비드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코로나19 관련 입원을 포함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상대위험도가 86% 감소했으며, 65세 이상 고령 환자군에서는 그 위험이 94.7% 감소하는 등 코로나19 고위험군 중 하나인 고령층에서 더욱 뚜렷한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4일 이상 완전히 사라진 경우도 팍스로비드 투여군에서 미투여군 대비 평균 3일 이상 빠르게 도달했다.
이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팍스로비드는 2023년 7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았으며, 지난해 10월 건강보험 급여 등재에 성공했다.
또한 올해 2월 질병관리청에서 발간한 '코로나19 치료제 사용 안내(제13-2판)'에서는 고위험군 환자에서 중증화를 막기 위해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가 적극 권고됐으며, 특히 팍스로비드는 경구형 치료제 중 우선 권고됐다.
성 부장은 "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보다 발병률이 높고, 입원율과 사망률 또한 더 높아 여전히 위험한 질환"이라며 "특히 고령층,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의 경우 그 위험도가 더욱 크기 때문에, 백신 접종 등 기본적인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자가진단에 의존하지 않고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료 및 진단을 받아 적절한 때 치료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이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백신과 치료제를 공급하며 제약회사가 세계 공중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제약의 가치와 과학의 힘을 보여준 바 있다"며 "앞으로도 화이자는 고위험군 환자의 중증화 및 사망 위험을 줄이고, 향후 다양한 감염병 대응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성민정 한국화이자제약 의학부 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국내외에서 관찰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의 유행 양상 등 발병 현황을 해석한다면.
현재 국내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변이는 NB.1.8.1, 일명 '님버스 변이'라고 부른다. 최근 질병청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체 변이 중 71.8%를 차지하고 있다. 님버스 변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감시변이(Variant Under Monitoring, VUM)'로 지정된 변이로, VUM은 현재까지 보건의료 체계나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변이의 성격이나 유행 양상을 보았을 때 전 세계적으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지정하는 범주다.
님버스 변이는 기존 오미크론 변이들과 비교했을 때 전파력이나 중증화율은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인후통, 오한 등 증상은 더 심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님버스 변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연령대는 70대로 34.13%를 차지하며, 다음으로는 80대 이상이 26.32%, 20대가 25.42%로 고령층뿐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감염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전반 현황을 보면,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에 최근 발표된 29주 차(7월 13일~7월 19일) 데이터에서 코로나19 검출률은 16.5%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해 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는 보통 여름이나 겨울에 유행하는 추세이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봄 시즌(3월 말)에도 검출률이 약 13.1%로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어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다면 전 시즌에 걸쳐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Q. 님버스(NB.1.8.1)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유행하고 있는 것인가.
아시아와 북미·유럽에서 주로 유행하고 있는 변이가 다르다. 5월에 VUM으로 지정된 님버스 변이는 6월경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서 유행을 보였다. 이후 최근 6월에 VUM으로 지정된 변이로는 XFG 변이, 일명 '스트라투스 변이'가 있는데, 현재 북미나 유럽 국가에서는 님버스 변이보다는 스트라투스 변이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이동이나 변이 트렌드에 따라 유행 변이는 계속 변화할 수 있지만, 현재는 지역별로 유행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Q. 20대 젊은 층에서도 감염이 증가하고 있지만 증상이 경미한 경우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0대 등 젊은 연령층은 일반적으로 고위험군에 비해 진단검사나 항바이러스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팍스로비드의 급여 적용 기준이 코로나19 중증화 시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군을 포함해 중증화로 인한 산소 치료가 필요하지 않고, 증상이 발생한 지 5일 이내인 환자들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회사 차원에서는 중증화 위험이 현저히 높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을 우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연령층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팍스로비드 복용 시 입원율과 사망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된 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는 모든 연령층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Q. 팍스로비드는 어떤 작용 기전을 가지나. 또한, 코로나19 변이는 다양하게 이뤄지는데 이에 모두 효과를 나타내는 지 궁금하다.
팍스로비드는 니르마트렐비르와 리토나비르 두 성분이 결합된 엠프로 억제제(Mpro-inhibitor)로, 바이러스 복제에 관여하는 주요한 프로테아제(Main protease, 주요 단백분해효소)를 억제함으로써, 바이러스 증식 자체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다. 즉, 기전상 바이러스의 외부 구조를 표적해 바이러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증식 자체를 막기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그동안 발생한 변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팍스로비드는 지속적인 효과를 보였으며, 향후 새롭게 등장할 변이에 대해서도 효과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기전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노출 초기에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Q. 팍스로비드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어느 수준인가.
팍스로비드를 구성하는 두 주요 성분 중 리토나비르는 약동학적 증강제로 사용되며, 약물의 체내 농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다양한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EPIC-HR 연구 따르면, 요법 기간 중 또는 그 후 발생한 이상반응 발생률은 팍스로비드 투약군과 위약군에서 유사했다. 팍스로비드 투약군에서 더 빈번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으로는 미각이상(5.6% vs. 0.3%), 설사(3.1% vs. 1.6%) 등이 있었는데, 이러한 이상반응 grade 1~2로 경증에 해당했으며, 투약을 중단했을 때는 대부분 소실됐다.
팍스로비드는 질병관리청으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이후 국내에서 다양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투여돼 풍부한 리얼월드 연구 결과(RWD/RWE)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 변이 중 '오미크론 BA.5'가 우세한 시기 국내 약 194만명의 만 12세 이상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사용 근거(RWE)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코로나19 환자에서 증상 발생 5일 이내에 팍스로비드를 투여한 군(약 42만명)은, 비투여군(약 152만명) 대비 중증화(사망 포함) 위험 및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으며, EPIC-HR 연구에서의 안전성 프로파일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Q. 화이자는 코로나19 예방과 치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화이자는 과거의 메르스, 사스 등 감염병 사례를 고려해 5~10년 주기로 반복될 수 있는 감염병 유행 대비를 위한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향후 파이프라인으로는 현재 '이부자트렐비르(Ibuzatrelvir)'라는 약제가 임상시험 중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7월 16일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 시험 진행에 대한 승인을 받은 상태다.
이부자트렐비르는 팍스로비드와 동일한 기전인 '엠프로 억제제(Mpro-inhibitor)' 계열이지만, 리토나비르와 같은 약동학적 보조제 필요 없이 단일 성분으로 충분한 약효와 약동학적 특성을 나타내도록 구조가 설계돼 약물 상호작용 우려가 훨씬 낮다. 복용 시 고유의 쓴맛이 있는 팍스로비드와 달리 이부자트렐비르는 맛에 대한 부분도 개선됐다.
Q. 코로나19 유행 양상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갑작스러운 유행에 대비해 팍스로비드 물량은 충분히 확보된 상황인가.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팍스로비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 진료 환경에서 코로나19 대응에 힘쓰는 의료진과 약사들이 원활하게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화이자 또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 국내 공동 판매 및 유통 파트너사인 GC녹십자와 협의해 조제기관에 공급된 팍스로비드 중 유효기간이 만료된 제품의 반품을 수용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화이자는 향후에도 코로나19 치료제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수급 및 유통 과정에서 유관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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