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선선한 가을 바람이 스치는 9월 29일. 오늘은 '세계 심장의 날'이다.
심혈관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심장 건강을 위한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계심장연맹(World Heart Federation, WHF) 회장이었던 안토니 바예스 데 루나(Antoni Bayes de Luna) 박사가 처음 제안해 2000년 매년 9월 마지막 일요일로 제정했다. 이후 2011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강화하기 위해 매년 9월 29일로 날짜를 고정했으며, 교육 자료 개발, 홍보 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심장 건강을 위해서는 심혈관 질환에 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심혈관 질환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질환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많은 질환 중 이번 심장의 날에는 심근경색, 협심증, 뇌경색,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등 죽상경화성 심혈관계질환(ASCVD)의 주요 요인인 '죽상경화증(Atherosclerosis)'과 '심근경색'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죽상경화성 심근경색, 재발 위험 높아…LDL-C 수치 낮춰야
죽상경화증은 동맥의 내막에 지방, 콜레스테롤, 칼슘, 세포 덩어리(죽종) 등이 침착돼 혈관벽에 붙는 '플라크(Plaque)'가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져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되는 만성질환이다.
죽상경화증의 플라크가 파열되면서 혈전이 형성돼 혈관의 급성 폐색으로 심근에 혈류가 차단되면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이 발생한다. ACS는 크게 협심증과 심근경색으로 나눌 수 있다.
흔히 '심장마비'라고도 불리는 심근경색은 심근 괴사가 나타나며, 호흡곤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 20분 이상 지속, 식은땀, 구토, 현기증, 불안감 등이 주요 증상이다.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응급질환이기 때문에 가능한 빠르게 혈관을 뚫거나, 혈전을 녹이는 등의 방법으로 혈류를 재개통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며, 이러한 조치를 위한 시술과 약들이 많이 개발돼 있다.
다만, 심근경색은 치료를 잘 했더라도, 재발 시 사망 위험이 높다.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경험 환자 3명 중 1명은 심혈관 사건(심혈관 질환에 따른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입원) 재발을 경험하며, 그 중 심근경색은 첫 발생 시 사망률이 약 20~30% 수준인 반면, 재발하면 사망률이 약 68~85%까지 급격하게 증가한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심뇌혈관질환 발생 통계에서도 2022년 기준 지난 10년간 심근경색 첫발생 건수의 증가율은 43.8%인 반면, 재발생 건수의 증가율은 119%로 재발 건수의 증가율이 첫 발생 대비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경색의 재발 예방을 위해서는 일명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LDL-C)을 관련 적응증을 가진 전문적인 약물을 통해 적정한 수치까지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외 가이드라인, LDL-C 55mg/dL 미만 목표 권고
유럽심장학회(ESC)·유럽동맥경화학회(EAS) 등 해외 학계에선 2019년부터 초고위험군에서 목표 LDL-C 수치를 55mg/dL 미만으로 낮추고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하도록 권고해 왔다. 특히,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 기반 치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인 혈관계 사건을 경험했거나 다혈관 질환을 보유한 극초고위험군(Extreme risk) 환자는 40 mg/dL 미만이라는 더욱 엄격한 목표를 권고한다.
올해 ESC, EAS에서 업데이트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입원 전 지질 강하 치료를 받던 ACS 환자는 입원하게 되면 바로 더욱 강화된 지질 강하 요법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국심장학회(ACC)·미국심장협회(AHA) 역시 올해 'ACS 환자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최대 내약용량 스타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LDL-C 수치가 70mg/dL 이상인 ACS 환자뿐만 아니라 LDL-C 수치가 55~69mg/dL인 경우에도 PCSK9 억제제 등 비스타틴 계열의 지질저하제 병용 고려를 권고하고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와 대한심장학회 심근경색연구회도 초고위험 환자들의 LDL-C를 55mg/dL 미만으로 낮추고 기저치 대비 50% 이상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심근경색연구회 가이드라인도 약물 치료 후 1~2개월 내 LDL-C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다음 단계의 약물 치료를 시행하도록 하며, 모니터링 주기를 제시하는 등 목표 수치로 LDL-C를 관리하기 위한 정기적인 검사와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LDL-C를 낮추기 위한 치료로 '스타틴' 성분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스타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목표 LDL-C 도달이 실패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LDL-C 목표 수치를 최대한 빠르게 도달하는 것이 건강 측면에서 더 유리함에 따라, 이러한 방향으로 치료 가이드라인이 정립되고 있는 것이다.
노지웅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 돌연사의 주범으로 알려진 심근경색은 재발 시 사망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재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LDL 콜레스테롤은 재발 예방을 위한 중요한 인자로, 초고위험군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1~2개월 간격으로 검사하고 목표 수치로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LDL-C 빠르게 낮추기 위한 치료 환경 개선 필요
빠르게 LDL-C를 목표 수치인 55mg/dL 미만으로 낮췄을 때 혜택은 올해 상반기 발표된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데이터를 활용해 초고위험 죽상경화성 심혈관계질환 환자 1만6934명에 대해 3개월 내 55mg/dL 미만을 달성한 환자군의 심혈관사건(MACE) 재발 위험을 확인한 실제 임상 근거(Real-World Evidence, RWE) 연구에 따르면, 3개월 내 55mg/dL 미만의 LDL-C 목표를 달성한 환자군은 그렇지 못한 환자군에 비해 심혈관사건(MACE) 재발 위험이 11%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RWE 등을 통해 LDL-C가 55mg/dL 미만으로 빠르게 낮춰야 하는 근거가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55mg/dL 미만의 LDL-C 목표에 3개월 내 도달하지 못한 환자 비율은 66.3%였다.
이는 국내 이상지질혈증 주사 치료제들이 초고위험군인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게 경구 약제를 충분하게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LDL-C 수치가 70mg/dL 이상일 때만 급여가 인정이 되고 있어, 적극적인 LDL-C 관리에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를 받아 빠르게 혈중 LDL-C 수치 감소가 가능한 약물 중 하나로 암젠의 PCSK9 억제제 '레파타(에볼로쿠맙)'가 있다.
레파타는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FOURIER 연구에서 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 2만23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하위분석 결과, 1년 이내 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의 경우 83.8%가 치료 4주 만에 LDL-C 목표치인 55mg/dL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663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FOURIER-OLE 연구의 하위 분석에 따르면, 계열 최장 기간인 8.6년간 일관된 LDL-C 강하 효과와 내약성, 안전성 데이터를 확인했으며, LDL-C가 낮아질수록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 또한 낮아졌다.
또한 심근경색 발병 7일 이내 전 세계 환자 16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중맹검, 무작위, 위약 대조 3상 임상인 HUYGENS 연구에 따르면, 레파타 투여군의 LDL-C 중앙값은 28.1mg/dL로 기저치 140.4mg/dL 대비 80% 감소했으며, 위약군 대비 약 68% 낮았다.
최소 섬유성막 두께의 최소 제곱 평균 역시 LDL-C가 더 크게 감소한 레파타 투여군에서 42.7㎛로, 위약군 21.5㎛ 대비 더 높아 죽상경화반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지웅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처방에 있어 급여 기준과 가이드라인과의 간극, 복잡한 급여 기준으로 인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에 한계가 있는 경우도 있다"면서 "심혈관질환을 겪은 환자들이 다시 위기를 맞이하지 않도록 LDL 콜레스테롤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이를 적극적으로 낮추고 계속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치료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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