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병 중증도 평가 기준에 7개과 '찬밥'‥전공 간 갈등

정형외과·신경외과·안과 등 상급종병에서 베드 축소 우려, "설자리 잃어"
"4대 중증질환에 치중...분류체계만으로 무 자르듯 질병군 나눠"

조운 기자 (good****@medi****.com)2016-12-28 12: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정부가 내놓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도 평가 기준이 전공과 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정부가 차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질병의 위중도와 난이도에 따라 질병을 전문/일반/단순 질병군으로 분류해 '전문진료질병군'의 비중을 상향 조정하면서 이에 속하지 않은 질병군의 전공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정형외과를 주축으로 신경외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 안과, 가정의학과 등 7개 전문과목 학회가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관련된 '전문진료질병군' 선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성명서를 복지부에 전달하면서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났다.

이들 학회는 "현실적인 중증도가 반영된 새로운 전문진료질병군 개발이 시급하다"면서 "현재 중증도 평가는 유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7일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안)' 일부
 
실제로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안)에 따르면 는 심장, 뇌, 암 등 고난이도 질환에 의료 서비스 질 평가 결과를 반영하는 등 일부 질환에 배점을 높였고, '전문진료질병군' 비중 최소기준을 기존 17%에서 21%로 상향 조정하고, 단순질병군 비중을 축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메르스 이후 불거진 일부 3차 의료기관으로의 쏠림 현상 등 의료전달체계 왜곡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차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상급종병의 본래 역할인 '중증질환에 대하여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더욱 집중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문제는 이 '전문진료질병군'에 들어갈 질병군에 대한 기준이다.

이 기준에 반발하고 있는 7개 학회는 현재 정부가 선정한 전문진료질병군이 암, 뇌신경, 심질환 및 희귀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 중심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는 과거의 환자 분류체계인 KDRG V3.5를 기준으로 선정해 현실적 중증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질병군을 만들 때 나와 있는 분류 체계만을 가지고 질환별로 무 자르듯 기준을 정함으로써 '중증'이라는 의미가 무색하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A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환자 상태에 따라 정형외과에 온 환자도 평생 걷지 못할 수도 있고, 암 환자라 해도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투병을 할 수도 있는데 무조건 일부 과는 중증도가 낮다고 치부해버리니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대학병원들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맞춰 정형외과 병동에 베드를 빼는 등 병동을 축소해 중증도를 높이려는 등의 노력으로 인해 타 전공은 찬밥 신세가 되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부작용 속에 의료계 관계자는 "중증도를 높여 상급종합병원이 상급종병답게 바뀌는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중증도 구분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 없이 정부 마음대로 질병군을 재단하는 것은 전공 간 갈등으로 비화 돼 특정 전공에 대한 불이익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한 일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현재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안)은 법제처와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의 중인 상태로 올해 연말을 넘겨 결정될 것으로 예상돼 병원들의 마음을 애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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