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빗장 풀린 화상투약기… 상담약사 범위 쟁점 속 진통 예고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승인… 과기부 "약국 미운영 시간에도 일반약 구매"
업체 측 소송·새 정부 규제완화 기조 맞물린 결과…조건부로 조율 과제 시사
약사회 "실증특례 사업 협조 없다"… 최광훈 집행부, 복병 만나 회무 부담 커져

이호영 기자 (lh***@medi****.com)2022-06-21 06:09

[메디파나뉴스 = 이호영 기자]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 판매기, 일명 원격 화상투약기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부여받으며 개발 10년 만에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에 나서게 됐다. 

약국이 운영하지 않는 시간 일반의약품의 화상 상담 형태 판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실증특례 저지에 나섰던 약사사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실증특례 사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쳐 향후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투쟁과 설득 등 투트랙으로 이번 회의 대응을 준비해왔던 최광훈 집행부는 결과적으로 화상투약기 실증특례 사업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일 제22차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총 11건의 규제특례 과제를 승인했다. 이중 약사사회의 반대로 주목을 받은 화상투약기 안건은 격론 끝에 조건부 승인 내용을 근거로 실증특례를 부여받았다. 

이번 결과에 대해 과기부는 "현행 약사법에서는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약사의 의약품 판매를 금지해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 판매기를 통한 일반의약품 판매가 불가하다"며 "약국이 운영하지 않는 시간에도 전문약사와 상담을 통해 일반의약품 구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화상투약기 개발업체 쓰리알코리아가 과기부와 복지부를 대상으로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내려져야 하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규제완화 의지와 맞물리면서 10년 만의 사업 추진이 이뤄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화상투약기는 지난 2012년 약사인 쓰리알코리아 박인술 대표가 개발해 운영을 시도하면서 약사사회에 파장을 불러왔다.  

이후 쓰리알코리아는 약국에 화상투약기를 설치, 운영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복지부와 법제처 유권해석 결과 약사법 위반으로 판단돼 운영이 무산됐다. 

그러다 2016년 국무총리실 산하 신산업투자위원회에서 약 자판기 설치 허용 방안이 규제 완화 대상으로 논의되고, 6월 27일에는 약 자판기 도입을 위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정부입법으로 발의됐으나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쓰리알코리아는 2019년 규제샌드박스 특별법 시행 이후 실증특례를 신청했지만 안건이 상정되지 않자 2021년 8월 과기부와 복지부를 대상으로 서울행정법원에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실증특례 추진의 희망을 이어갔다.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에 따라 지난해 12월 제21차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 안건에 상정됐지만 재논의를 전제로 공식 안건 상정이 보류되면서 결론을 맺지 못했지만 6개월 만에 열린 심의위원회에서 결국 실증특례 승인을 받게 됐다. 

이처럼 어렵게 실증특례 승인을 받았지만 사실상 조건부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는 만큼 향후 시범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조율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이번 논의 과정에서는 지난 2019년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복지부가 제시한 조건부 실증특례 부여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시범사업 과정에서 조율이 필요한 부분의 윤곽도 드러났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상담약사의 범위다. 한 사람의 상담약사가 화상투약기를 얼마나 관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에서 입장 차가 큰 만큼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시 복지부 제시 부가 조건을 보면 책임주체를 명확히 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약국개설자가 등록된 약국에 판매 시스템을 설치하고 본인이나 개설자가 고용한 약사가 시스템을 통해 일반약을 판매하는 부분이다. 

이때 화상 복약지도를 통해 판매하려는 약사는 판매시스템 설치 약국개설자와 고용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그 외 약국개설자가 아닌 자에게 고용되어서는 안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결국 복지부는 1약사 1화상투약기 관리를 전제로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한 셈인데, 사업 준비 과정에서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는 부분이다. 

판매가능한 일반의약품 범위도 약사사회에서는 우려가 큰 부분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부분에는 11개 약효군에 한정해 판매가능한 일반의약품 범위를 제시했는데 해당 약효군이 너무 많다는 의견이 있어 범위가 좁혀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단계적인 시행을 통해 확대하는 방식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1단계는 실증특례 사업 시행 3개월 이내 10개소에 한정해 테스트하며 서비스모형을 검토하며 2단계는 6개월에서 1년 사이 약국 규모, 분포, 편의성 등을 고려해 복지부와 협의해 실증운영 장소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 3단계는 1년 이후 1단계 결과를 토대로 투가 확대여부 검토와 총 1,000대 이내로 승인한다는 내용이다. 

운영을 해보면서 추가 확대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인 만큼 실제 운영 과정에 따라 설치될 약국 수도 달라질 수 있는 여지는 있다. 
▲ 20일 규제샌드박스 심위위원회 현장에서 만난 박인술 대표(좌)와 최광훈 회장(우)
◆ 약사회 반발 속 시범사업 난항 전망최광훈 집행부 회무운영에 '부담'

다만 실증특례 시범사업 과정에서 약사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난항도 예상된다. 

대한약사회는 20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결정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실증특례 사업을 실질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사법에 위배되는 실증특례 조건 부여를 차단하는 등 협조하지 않고 비대면 진료 대응 약정협의 전면 중단 등 정부와의 전면 투쟁도 예고했다.  

약사회는 "약 자판기 조건부 실증특례 부여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약사(藥事) 정책의 카운터파트너로서 정부 시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온 대한약사회와 전국 8만 약사회원이 느끼는 분노와 배신감은 이루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약 자판기 실증특례 사업이 가지고 있는 약 자판기 판매약 품목과 가격, 유통담합, 의약품 유통질서 훼손행위 등 위법성을 끝까지 추적, 고발하고 기업의 영리화 시도를 반드시 저지하여 약 자판기가 약사법에 오르는 것을 반드시 막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약사회는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전국 16개 시도지부가 단결해 약사법에 위배되는 구체적인 실증특례 조건 부여를 차단하고 단 하나의 약국에도 약 자판기가 시범 설치되지 않도록 하는 등 어떠한 조건부 실증특례 사업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대응 약·정협의 전면 중단은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약사 말살 정책에 대한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화상투약기 시범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쓰리알코리아 박인술 대표는 약사회와 함께 전향적으로 대화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박인술 대표는 "이제는 약사회와 함께 가야할 때"라며 "회원들에게 약 자판기라고 화상투약기를 비하하는 것을 멈추고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할 때라 본다. 이제 필요하다면 약사회에 방문해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반적인 준비는 6개월 정도 걸릴 것 같아 연말 정도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기타 정책적인 부분은 정부와 약사회가 정하는 대로 따라가겠다. 앞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2년 동안 잘 운영해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실증특례 승인 결과가 대한약사회 집행부로서는 향후 회무 운영에 있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어졌다. 

그동안 코로나19 관련 약국 대면투약료 신설과 수가협상 5년 연속 인상률 1위 등 집행부 임기 초기 조금씩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던 집행부로서는 화상투약기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허용이라는 복병을 만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비대면 진료에 따른 약 배달, 전자처방전 등 굵직한 이슈가 여전히 산적해 있는 상황 속에서 화상투약기 실증특례 허용이 약사사회의 위기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지역약사회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서면서 녹록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화상투약기 허용은 향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시도하고 있는 안전상비약 자판기 등을 막을 명분이 없어지게 되는 우려가 있다"며 "앞으로 밀려올 현안들이 많아서 더 걱정스럽다. 집행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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