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화되는 해외 진출 행보, 한계 뛰어 넘을 '돌파구' 찾아야

[신년기획] 방법 다양해지는 글로벌 시장 도전 '성공 사례' 위한 선결 과제는? ①
혁신신약부터 개량신약·제네릭까지 전방위 도전…시장 규모·진출 방법 등 스펙트럼 넓어져
투자여건·규제·경험부족 등 한계…정부 차원의 공격적 지원 절실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23-01-02 06:08


[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201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도전들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잇따른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해외진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시장에 도전하는 물질 종류는 물론이고 목표로 하는 시장과 진출 방법에 있어서도 더욱 세분화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해외에서 일궈낸 성과는 미미한 실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추가적인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종류·시장 가리지 않는 도전 지속…여건 달라도 글로벌 도전 총력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방법은 제약·바이오 영역의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확인되고 있다. 

혁신신약은 물론이고 개량신약이나 제네릭을 통해서도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으며, 규모가 큰 선진 시장 외에도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파머징(Pharmerging)' 국가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중남미 등 다양한 시장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진출 방법에 있어서도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 사례가 대다수이지만, 일부는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더 적극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혁신신약의 경우 아직까지 기술이전을 통한 해외 진출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임상3상까지 직접 완료한 뒤 진출하기 위한 행보도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일례로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을 꼽을 수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글로벌 판권을 얀센에 이전했지만, 단독 투여에 대한 글로벌 임상시험은 직접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월 ESMO아시아에서 1차 치료제 임상3상의 성공적인 결과를 발표, 미국과 유럽에서의 허가가 가시화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19년 FDA 허가를 받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현지 제품명 엑스코프리)'도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2001년 후보물질을 발굴해 SK바이오팜이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 품목허가까지 받은 품목으로 2021년 유럽에서도 허가를 받았으며, 올해에는 캐나다와 이스라엘에서도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량신약이나 제네릭의 경우 혁신신약에 비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성과들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

당장 지난 12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고TG(트리글리세라이드)혈증 치료제 '오메틸큐티렛'의 대만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건일제약의 일본 수출 전문 기업 오송팜은 지난해 8월 일본에서 이반드로네이트 성분의 골다공증 치료제를 허가 받아 발매까지 하는데 성공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휴온스가 국소마취제 3개 품목을 캐나다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2월에는 삼천당제약이 유럽 옴니비전과 녹내장 치료제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다.

진출 국가에 있어서는 규모를 가리지 않고 지역을 확대하는 모습으로,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만 보더라도 이러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펙수클루는 현재까지 브라질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멕시코, 칠레, 에콰도르, 페루, 콜롬비아, 베트남 등 10개국에서 품목허가신청을 완료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등에서도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등을 진행 중으로, 선진 시장인 미국은 물론 최대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중동 등 세계 각국으로의 진출에 나선 셈이다.

진출 방법에 있어서는 해외 법인을 설립하는 사례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산업의 주요 거점으로 꼽히는 미국 보스턴과 스위스 바젤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 오픈 이노베이션 행보에 속도를 더하려는 모습이다.

보스턴 CIC(케임브릿지혁신센터)에는 지난 2019년 유한양행과 GC녹십자를 시작으로 대웅제약과 한미약품, 일동제약, 휴온스, 보로노이, 아리바이오 등이 자리를 잡았으며, 지난해 11월에는 JW중외제약의 미국 연구법인 JW세리악이 샌디에이고에서 CIC로 이전하기도 했다.

스위스 바젤의 경우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등이 유럽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로, 특히 한미약품의 경우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구축하며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대웅제약은 인도네시아 합작사인 대웅인피온을, 휴온스는 일본 법인인 휴온스JAPAN을, 휴젤은 중국에 휴젤 상하이 에스테틱을 설립하는 등 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도전 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한계…돌파구 찾아야

글로벌 진출을 위한 도전은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른 성과도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현실이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에는 개별 기업의 노력에 더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 있어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에서 요구하는 가장 큰 부분으로는 자금 부분을 꼽을 수 있다. 

선진 시장에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서의 임상3상을 완료해야 하지만, 여기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따라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이를 위한 투자를 유치해야만 하는데, 최근 국제 정세 등에 따른 경제적 불안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제약·바이오 산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규제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뒤따른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그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규제의 상대적으로 늦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경험 부족에서 오는 시행착오 역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에서 신약을 개발할 경우 우리나라와 다른 규제를 적용하게 되지만, 아직 이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글로벌 CRO를 통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규모가 큰 글로벌 CRO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은 규모가 작은 회사이고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CRO를 통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행히 해외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을 속속 영입하면서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충분한 경험을 갖추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정부도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지원에 나섰지만 여전히 미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의 '메가펀드' 요청에 정부는 'K-바이오 백신 펀드' 조성에 나섰고,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 요구에 따라 이를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법안 처리까지 얼마나 소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결국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한 차원 높은 공격적인 지원책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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