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받는 의사과학자 배출, 진료·연구 이분법 없애야"

국내도 융합형의사과학자 양성사업 있지만 '기초의학-임상' 전문가 양성 어려워
학부시절부터 기초의학 연구 관심 가질 수 있게 지원·유인책 필요…제반환경 마련 중요

조운 기자 (good****@medi****.com)2021-04-12 06:04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미래 혁신산업의 하나로 꼽히는 '바이오 메디컬' 산업이 실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진료와 연구를 유연하게 수행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내에서도 뒤늦게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진료 혹은 기초의학 연구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이분화된 환경에서는 노벨상을 수상할 의사과학자 양성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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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바이오메디칼 산업에서 의사의 역할증진'에 대한 학술위원회 포럼 유튜브 영상을 공개했다.


발제에 나선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김종일 교수는 우리나라가 임상과 기초과학이라는 이분법이 극심하다고 지적하며, 진료와 연구가 함께 이뤄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초의학 교수로서, 서울의대에서 융합형의사과학자 양성사업 책임자로 있는 등 실제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종일 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기초의학과 임상 지식, 경험을 균형있게 갖춘 전문가를 원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과학자(physician scientist)는 ▲비의사출신이거나 의과대학만 졸업한 생명과학, 기초의학 연구자 ▲임상 수련 과정만 마치고 연구에 대한 경험은 적은, 임상 대학원 과정과 단기 외국 연수가 전부인 임상 연구자 두 개 집단이 대부분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충분한 임상 수련과 전일제 연구를 마친 경우가 매우 희귀하다. 현재 의과대학 졸업 후 수련 및 교육과정에서도 대부분 2개의 트랙 중 하나만 선택하고 있으며, 설사 두 가지 트랙을 다 이수하더라도 최종적인 직업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강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상의 대부분의 의학대학원 과정은 의학박사 학위 이수를 위해 임상진료와 부분제 대학원 과정을 병행하므로, 졸업 후 주체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후천적인 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 보니 의과대학 졸업 후 기초분야에 남는 사람은 졸업생 중 1~2% 미만으로 극히 일부다. 서울의대의 경우 병리학, 예방의학을 제외하면 2017년부터 2020년 4년 간 단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초의학 교수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단 87명만이 증가했고, 기초의학 교수에서 의사출신 교수 비율은 2004년 71.7%에서 2013년 69.3%로 줄었다.


의사과학자라는 진로에 대한 정보, 지원 부족으로, 연구분야 하나에 모든 것을 쏟아야 하는데 대한 부담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 등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병원 교수들은 임상 연구 및 후학 양성 등 분야보다는 진료 실적 압박 등으로 자유롭게 기초의학 연구 등에 관심이 있어도 이에 시간을 쏟기 어려운 제반환경도 문제다.


이는 지난 25년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37%, NIH 기관장의 69%, 상위 10개 제약회사의 대표과학책임자(C.S.O)의 70%가 MD학위가 있는 의사출신이었다는 점에서, 주요선진국들의 사례와 비교할 때 아쉬움이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특히 미국 경우, 우수한 의사를 키우기 위해 NIH(미국국립보건원)가 직접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전체 의대생의 약 4% 정도가 MD-PHD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있다.


주요 의대들은 1~2학년 과정을 Pass/Fail로 운영하고, 오후 시간을 비워 강의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등 학기 중에서도 연구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또 의대생 상당 수가 1년 이상의 갭 이어(gap year)를 두고 전일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해 일찍부터 의사과학자라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끔 유인책이 많은 상황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최근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해, '의사 과학자' 양성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 부처별로 분산 돼 있는 등 실효성을 갖추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


보건복지부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 전공의 연구지원 사업, 전일제 박사학위과정 지원사업으로 의사과학자 양성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의과대학 입학 초기부터 연구과정에 참여할 수 잇는 기회를 제공해 연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진료와 연구 양쪽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균형 있게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기 어려운 이유는 국내의학이 임상진료 위주로 발전해, 생명공학 발전의 원천이 되는 기초의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고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연구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단기적 유인책과 의사과학자의 연구 커리어 패스 지원, 다양하고 질 높은 연구참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도 비전을 만들어, 우리나라도 일찍부터 기초연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진료와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제반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연구와 진료를 병행하는 의사과학자가 대학병원에서만 자리잡는다면 국내의 자리에는 한계가 있다. 임상 수요에 적합한 연구를 통해 얻어낸 연구결과로 창업을 하고 성공하는 롤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지속적인 의사 과학자 수급의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패널토의에 참여한 현수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 과장은 정부 역시 '바이오-헬스'를 미래 혁신산업 빅3로 꼽아, 오는 2024년까지 전체 보건의료 R&D를 40조까지 키운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수엽 과장은 "우리나라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에는 빈틈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학부생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과 신진 의사과학자들이 연구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무엇보다 진료를 하면서 연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또 연구만 하는 의사들이 안정적 연구를 할 수 있또록 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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