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에 정부까지 '의사과학자' 양성…붐 일어나나?

카이스트 과학기술 의학전문대학원 설립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 추진
"의대생부터 경험해봐야지" 건보공단 의과학 분야 연구비 지원

박민욱 기자 (hop***@medi****.com)2022-04-21 06:04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신종감염병 사태 중에 해외에서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는 것을 목도하며 국내에서도 의사과학자 양성 붐이 일고 있다.

최근 충청북도와 KAIST, 청주시는 'KAIST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이하 KAIST 오송캠퍼스)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AIST 오송캠퍼스는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내 약 33만 평 규모에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특화한 대학(원)과 병원, 연구소, 창업시설과 상업시설 및 공원 등이 연계한 캠퍼스타운 조성이 추진된다.

여기에 치료기술 개발 및 의료서비스를 위해 첨단 바이오 메디컬 전문인력 육성과 KAIST와 연계한 300병상 규모 글로벌 연구병원, 800병상 규모의 중부권난치병임상병원 유치 등을 추진한다.
즉 KAIST가 '과학기술 의학전문대학원'를 설립해 의사과학자 양성에 나서겠다는 것. KAIST는 의과학대학원과 의과학연구센터를 통해 올해 3월까지 의사과학자 168명을 배출한 바 있다.

지난 120년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살펴보면 그 절반가량이 의사 출신으로, 의사과학자 양성 없이는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 가능성도 높게 점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매년 3,000여 명씩 양성되는 의사들의 진로 다양성을 확보하고 대한민국의 기초의학을 탄탄히 다지기 위해서라도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다른 선진국에서는 이미 50년 전부터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1964년 NIH 주도의 의과학자양성과정(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 MSTP)을 시작하여 의사의 2% 정도를 의사과학자로 양성했다.

하버드의대는 1970년부터 MIT와 공동으로 HST(Health Science & Technology) 프로그램이라는 기존의 의학교육과 별도로 의과학, 의공학 중심의 의학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이스라엘의 테크니온공대는 1969년, 과학자, 공학자로서 활동할 의사 양성을 목표로 의대를 설립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은 2018년 공대 기반의 칼-일리노이 의대를 신설하여 의사공학자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우리 의학계도 이미 30년 전부터 의사과학자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그 양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지난 2005년 의전원의 도입과 함께 시도된 의과학자 양성과정(MD-PhD과정)은 안착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산업계로 진출하는 융합형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자 하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혁신형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을 진행한 8개 병원이 공동으로 교류회를 열어 성과를 내보이기도 했다.

해당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연구환경 조성 ▲연구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창업 및 사업화 기반조성 ▲메디클러스터 구축을 진행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병원 차원에서 신진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임상의(MD)와 연구자(PhD) 간 협업 연구를 통해 임상현장의 아이디어에 기반한 맞춤형 의료기술 개발을 추진했다.

또한, MD-PhD 간 공동연구를 통해 우수논문 게재 및 기술이전을 통해 융합연구의 선도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아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의대생 때부터 의과학 연구 경험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의과학 분야 연구비 지원'을 진행한다.

운영방식 참여기관 선정 후 공모를 통해 선발된 학생이 각 연구실 연구과제 참여 후 결과 제출하며 연구 참여 기간에 따라 연구지원비 및 지도수당 형태의 지원금 지급한다.

지원규모는 연구팀 당 2,600만 원으로 총 35개 연구팀이 운영된다. 지난 2021년도에는 17개 대학 55개 연구주제로 학생 79명을 선발해 78명이 참여해 높은 만족도를 보인 바 있다.

건보공단 채복순 의료인력자원부장<사진>은 "의과학 양성지원 프로그램은 학생부터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본인이 속한 병원에서만 실습하는 것이 아니라 타 병원 실습에 지원해 경험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처음 시행해봤는데 의대생과 참여 기관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 올해는 일찍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임상 의사들이 포화된 상태에서 의사과학자라는 새로운 영역 개척은 국가를 위해서도 필요하기에 장기적인 관점에 투자가 필요하다.

이에 학계에서도 의사과학자 양성에 정부와 의학계가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는 "의사과학자들이 포화된 임상진료 기반의 의료시장을 벗어나 바이오헬스 산업이라는 대양으로 진출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고 의사의 새로운 진로를 개척한다는 관점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며 "이런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융합형 의사과학자의 양성에 대해 논의를 의학계에서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관련기사보기

우수한 병원 많은 우리나라, 의과학자 양성 왜 어렵나?

우수한 병원 많은 우리나라, 의과학자 양성 왜 어렵나?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지가 발표한 '2022년 세계 최고의 병원' 150권 안에 서울아산병원(34위), 삼성서울병원(43위) 서울대병원(55위) 등 8개 병원이 랭크됐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병원 중에 우리나라 병원들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국내 임상 인프라가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의과학자 양성은 걸음마 단계이다. 30년 전부터 의사과학자 필요성을 인지하고 그 양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데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왔던 의과대학 기초교실은 교수 수급을 걱정해야

의사과학자 왜 없나? "슈퍼맨이 되어야 가능한 환경 탓"

의사과학자 왜 없나? "슈퍼맨이 되어야 가능한 환경 탓"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왜 노벨의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의사과학자가 자리를 잡기 어려운 의료 환경에 기인한다. 해외에선 임상현장에서 부딪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의사들이 직접 연구해 신약개발은 물론 특허, 기술이전, 창업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당장 진료 수익 때문에 진료를 놓을 수 없고 전공의 교육에 짜투리 시간에 쪼개 연구까지 해야 하는 그야말로 '슈퍼맨'이 되어야 가능하기에 어렵다. 지난 11일 몬드리안 이태원에서 열린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

포스트코로나 바이오헬스 강화…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시급'

포스트코로나 바이오헬스 강화…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시급'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보건복지위원회)이 지난 11월 30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회 대토론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 바이오의료산업 선도할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을 개최했다. 이 날 행사는 김성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전주시병),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구갑), 이용빈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구갑) 등이 공동개최했다. 신 의원은 "정부는 일회성 연구비 지원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의사과학자가 지속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의과대학 6년동안

코로나19가 남긴 또 하나의 숙제 '기초의학' 양성

코로나19가 남긴 또 하나의 숙제 '기초의학' 양성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영국, 미국, 벨기에 등 일명 '의료 선진국'에서 백신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의학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부분에서는 다소 뒤처지고 있다. 이에 의학계에서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것은 기초의학 부분이 약하기 때문이다"고 진단하며 "기초의학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의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의과대학의학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 한희철 이사장은 최근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의사과학자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